기사입력 2019-08-15 20:49:25
기사수정 2019-08-15 20:49:26
공무원에 보너스… 유가도 동결 / 금융위기 불안 해소 ‘당근’ 풀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완패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선거 이후 불거진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과 민심을 돌리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폴랴 지 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은 마크리 대통령이 이날 소득세 인하, 보조금 확대, 유가 동결 등을 포함한 경제대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경제대책에 따르면 서민들의 세부담은 줄고 재정 지원은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근로자 소득세 중 비과세 한도가 20% 늘고, 자영업자가 세금을 미리 납부하면 절반을 감면해준다. 또 저소득층 자녀에게 주는 보조금을 9월, 10월에 추가 지급하고, 공무원과 군인에게는 이번달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다. 향후 90일간 유가도 동결된다.
이번 대책은 지난 11일 대선 예비선거 이후 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마크리 대통령을 15%포인트 이상 앞서자 ‘포퓰리즘의 귀환’ 우려로 주가와 페소화 가치가 급락했다. 선거 이튿날에는 주식 시장의 메르발 지수가 37.9% 폭락하고 페소 가치도 17% 떨어졌다.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전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하며 공공요금 인상과 보조금 삭감 등 긴축정책을 펴왔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을 막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는 이날 “긴축정책이 (아르헨티나 최고봉) 아콩카과산을 오르는 것만큼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이어 “일요일(예비선거일)에 여러분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우파 성향인 마크리 대통령의 재선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아르헨티나에서 ‘좌파 도적들’이 권력에 복귀하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예비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아르헨티나가 혼란에 빠지고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길을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