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북·미 비핵화 협상 촉진, 남북 평화경제를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 국정의 최종 지향점으로서의 ‘원 코리아’ 구상까지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오늘 광복절을 맞아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평화경제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는 상황에도 개의치 않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뚜벅뚜벅 가야 할 길을 가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자는 것이 아니다”며 “서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서 남북 상호 간 이익이 되고 함께 잘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경협을 향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서로의 체제 안정’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 등을 매개로 연일 북한이 남측에 날을 세우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시점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발언일 수 있지만,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와 관련해 “지난 6월 말의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 도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이달 초까지 올해만 7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 신형방사포 등을 시험발사했다. 지난달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후 20일 가량 침묵을 지켜오던 문 대통령은 이날 평화경제와 관련해 이를 처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이 있다면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께서도 대화의 마지막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상황에 ‘고비’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썼는데, 최근 북한의 대남 도발로 인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북·미 협상이 진전되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의 행보는 ‘통미배남’보다는 ‘선미후남’이라는 시선이다.
문 대통령 언급으로 볼 때 정부는 당분간 북한에 대응을 자제하면서 북·미 협상 진전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막후 중재 노력도 가능하다면 계속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