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올 상반기에 92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그제 공시했다. 7년 만의 최대 손실이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기 전인 2016년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2년반 새 13조원의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커지는 적자를 빚으로 메운 결과 부채비율이 2016년 말 143.4%에서 작년 말 160.6%, 지난 6월 말에는 176.1%로 높아졌다. 전기요금을 내린 것도 아닌데 멀쩡하던 공기업이 적자만 쌓이는 부실기업으로 변한 것이다.
한전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낮춘 데다 대체 발전원인 액화천연가스(LNG)의 도입 가격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손실을 키운 근본 원인이 탈원전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h당 발전원가는 원자력 62.18원, 석탄 83.19원, LNG 122.62원, 신재생에너지 179.42원이었다. 값싼 원전을 제쳐두고 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니 적자가 불어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탈원전 이전에 80∼90%였던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65.9%, 올 상반기에 79.3%를 기록했다. 그나마 원전 이용률을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손실은 더 컸을 것이라고 한다. 탈원전 충격에 한전의 빚 수레바퀴는 빠르게 구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