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쟁률 545대 1… 임대 세대 배려는 뒷전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은 정부가 주거불안 해소를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거 형태다.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주거취약계층이 대상인 행복주택이 대표적이다. 주변 60~80% 시세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생활환경이 좋은 지역 등 선호도가 높은 곳에 자리한 임대주택은 최고 모집 경쟁률이 545대 1을 기록했을 정도다. 특히 최근엔 강남구 개포동, 서초구 잠원동·방배동 등 이른바 ‘노른자’ 땅 재개발 아파트들에 행복주택이 공급되며 계층 간 융화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그런데 최근 임대주택 입주자들을 중심으로 차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가 임대 동을 일반 동과 아예 분리하는 식으로 아파트 단지를 지어 직간접적으로 차별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같지만 같지 않다? 외관부터 ‘차별’화한 임대 동
◆“애들 차별당할까 걱정” vs “임대료 저렴하니 감안해야”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지 슬럼화에 따른 빈부 격차를 막고자 2003년부터 ‘소셜 믹스(social mix)’ 단지를 도입해왔다. 다양한 계층이 문화·경제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사회 통합에 도움되도록 하는 소셜 믹스 정책의 일환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최고 20%에서 3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작 일부 입주자 혹은 입주 예정자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임대주택 분양에 당첨돼놓고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녀가 임대주택에 사는 상황이 드러나 혹시 교우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까 봐서다.
출산을 앞뒀다고 밝힌 한 입주자는 “행복주택에 사는 아이 보고 다른 동 사는 아이가 ‘쟤가 사는 동은 임대주택이라고 어울리지 말자’고 하더라. 아이가 태어나면 무리해서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입주자는 “저희 동네는 임대주택 애들이랑 일반 아파트 애들 같이 학교 못 다니게 시위도 했고 반대 현수막도 잔뜩 걸어놨다. 아이들끼리 차별 문제도 어른들이 제대로 못 가르친 잘못이 크다”고 비판했다.
반면 임대주택의 특성상 일반 세대와의 차별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40대 김모씨는 “강남 20평짜리 임대 아파트 월세가 약 50만원이다. 주변 아파트들은 기본 150만원씩 하는데 3분의 1 수준이다. 거기다 일반 세대들이 낸 분양대금이나 관리비로 아파트 커뮤니티도 다 꾸리는 건데 그걸 함께 쓰고 평등하게 대우해달라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저렴한 월세로 강남의 교육환경, 상권, 문화시설 등을 누리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익성 극대화를 노린 건설사들이 ‘공간의 차별’을 당연시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임대주택과 일반 분양 세대는 건축비가 기본적으로 차이 난다. 일반 분양 세대의 기본형 건축비는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의 2배 수준으로 높다. 결국 예산 문제로 동을 별개로 짓는 편한 방법을 건설사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의도적인 차별이라기보다는 작은 평수끼리 하나의 동을 이루다 보니 자연스레 임대 세대와 일반 분양 세대 간 동이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우리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아직 이를 방지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추후 지자체 조례나 인허가 시 행정지도 등을 통한 규제를 검토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