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이 지나도 꺾일 줄 모르는 무더위에도, 입시생을 둔 가정은 휴가를 반납하고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인문학 교육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201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영화 ‘다가오는 것들’(감독 미아 한센-러브)은 이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멋진 휴양지 브르타뉴에서 시작한다. 파리에서 고등학교 철학교사를 하는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근처 별장에서의 가족 휴가 중 유명 작가인 샤토 브리앙 묘소가 있는 섬을 방문한다. 그녀는 유람선 안에서도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쓴 학생의 리포트 첨삭을 할 만큼 시간을 아껴 열심히 살아간다. 클래식 음악에 심취해 있는 철학교사인 남편은 눈앞에 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샤토 브리앙 묘소에서 깊은 사색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토론 수업을 원하는 학생에게 나탈리는 루소의 정치론에 대해 10분 정도 숙고한 다음 토론해 보자고 한다. 공원 풀밭에 둘러앉아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진리는 논쟁 가능한가’에 대해서 학생과 질의응답을 나누기도 한다. 바칼로레아라는 논술 시험으로 대학입시를 치르는 프랑스 고등학교 교육은 우리의 교육 현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인 아도르노 관련 저서를 쓴 애제자인 작가 파비앵(로만 코린카)은 그녀를 찾아와 고3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철학을 발견하게 된 나탈리의 수업이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사상과 책이 방황하던 그를 격려하고 붙들어 준 덕으로 사범학교도 가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