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DJ 추모사'서 언급한 '역대 대통령 한자리' 사진보니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7월31일 청와대에서 촬영 / DJ, YS, 노태우, 전두환, 최규하 등 5명 담아 '유일무이'

“김대중(DJ) 전 대통령님은 재임 시절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과 찍은 한 장의 사진이 기억납니다. 정치보복은 없었습니다.”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 말이다. 황 대표는 이 사진을 일컬어 “우리 국민들이 갈망하는 통합과 화합의 역사적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언급한 사진은 김대중정부 임기 첫해인 1998년 7월31일 청와대에서 촬영된 것이다. 이튿날인 1999년 8월1일자 조간신문들이 앞다퉈 1면에 게재한 뜻깊은 장면이기도 하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7월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현직 대통령들의 만찬 회동 기념사진. 왼쪽부터 노태우(재임 1988∼1993), 최규하(1979∼1980), 김대중(1998∼2003), 전두환(1980∼1988), 그리고 김영삼(1993∼1998) 전 대통령. 이들 가운데 최규하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각각 서거했다. 연합뉴스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을 초래한 외환위기 후폭풍으로 온 국민이 구조조정과 실업, 예금 잔고 바닥 등 고통에 시달릴 때였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김영삼(YS) 등 생존해 있던 전직 대통령 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국난 극복을 위한 국가 역량 결집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진은 역대 대통령 5명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는 유일무이하다. DJ는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전직 대통령 초청 행사를 가졌으나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YS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군사정권을 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더 이상 자리를 함께하기 싫다”며 참석하지 않아서다.

 

실제로 1998년 7월31일 만찬장에서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세 전직 대통령은 활발히 발언을 한 반면 YS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고 당시 언론은 전하고 있다.

 

“부디 초지일관을 잊지 마시라. 마음으로 돕겠다.”(최규하 전 대통령)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지도력 덕분이다. 망국적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화해·협력의 시대를 열어 달라.”(전두환 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원칙대로만 해나간다면 성공할 것을 확신한다. 명실공히 ‘제2의 건국’을 이루려면 대통령에게 힘이 필요하며, 그 힘은 국민적 뒷받침에서 나올 수 있다.”(노태우 전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고인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표는 바로 이 대목을 거론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해·용서·화합·통합의 정치로 우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최근 악화한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둔 듯 “대통령님은 1998년 10월 일본을 방문해 21세기 한일 공동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며 “한일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자는 선언, 즉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도 참석해 나란히 추도사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정당 지도자들도 추모사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참석하는 대신 페이스북에 장문의 추도 글을 올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