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에 12조 쏟고도 취약계층 사각지대 여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 안전망 확충사업 13개부처 45개 / 예산증가율 19%… 朴정부의 4배 /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 뒷걸음 / 실업급여·청년구직 활동 지원 등 / 일부는 애먼 데로 혈세 줄줄 새

올해 정부가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해 쏟아붓는 예산만 12조4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 때 연간 5% 안팎으로 늘어나던 규모가 문재인정부 들어 4배가량인 19%대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재정을 쏟아부었는데도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나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등이 애먼 데로 줄줄 새고 고용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도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고용안전망 확충 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해 13개 부처가 추진 중인 45개 사업 관련 예산만 12조4738억원에 이른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지원금과 구직급여, 조기재취업수당, 실업크레디트, 체당금지급,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등에 쓰는 예산을 모두 아우른 것이다.

 

고용안전망 확충 사업 예산은 현정부 들어 크게 늘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2015년 7조9745억원에서 2016년 8조3660억원으로 3915억원(4.9%), 2017년 8조7907억원으로 4247억원(5.1%) 증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에는 10조4834억원으로 1조6927억원(19.3%)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조9904억원(19.0%)으로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으나 고용안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고용안전망 사업인 고용보험만 하더라도 비정규직 근로자 가입률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정규직은 가입률(87%)이 1년 전보다 1.1%포인트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43.6%)은 전년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고용안전 사업의 주요 대상 중 하나인 영세 사업장에서 부진이 심각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고용 쇼크’를 겪고 있는 숙박 및 음식점업(10인 미만)의 고용보험 미가입률은 77.6%에 달했다.

 

4명 중 1명만 고용보험에 가입했다는 뜻이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75.7%), 협회·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72.4%), 교육 서비스업(67.3%) 등도 높은 미가입률을 보였다.

 

1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청 로비에서 오는 8월 개장을 앞두고 있는 롯데몰 수지점의 채용박람회가 열려 구직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새로 ‘안전망’으로 편입되는 근로자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 실업급여 가입대상 기준을 ‘개업 후 6개월 이내’에서 ‘5년 이내’로 바꿔 문턱을 크게 낮췄으나 가입자 숫자는 2012년 2만864명에서 지난해 1만8265명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와 비교해 가입 유인이 잘 안 되고 영세자영업자들이 실업급여 수급을 위해 내야 하는 서류 준비에 어려움이 크다보니 빚어진 결과로 분석했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도 지난해 43.6%에 그쳐 정규직 근로자(87%)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