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실직자 만드는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 ‘세금 도둑질’ [정부 '일자리 사업' 속빈 강정]

‘눈먼 돈’ 전락한 일자리 예산 / 재취업 돕는 실업급여가 주요 ‘구멍’ / 취업·자영업 거짓신고가 가장 많아 / 부정수급 올 상반기만 105억 달해 / 처벌 강화했지만 사전예방책 미흡 / 고용부 “일부 법 개정… 내달 공포”

“수급자가 마음먹고 속이려 들면 사전에 잡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일자리 자금 도둑들’로 골머리를 앓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8일 이렇게 털어놨다. 최근 3년간 고용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에서 발생한 부정수급액만 약 860억원에 달하지만 방지책은 여전히 예방보다 사후 적발에 집중돼 있다. 올해만 16조원 이상 투입된 일자리사업 예산이 ‘일단 주고 보자’는 식으로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고용부는 최근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수급자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제 시행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될 예정이어서 혈세 누수 방지를 위해선 더욱 촘촘한 ‘거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용박람회 북적 지난달 경기도 용인시청 로비에서 열린 롯데몰 수지점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진화하는 ‘혈세 빼먹기’… 구멍 뚫린 실업급여



‘정부 지원금 빼먹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배우자·사위 등 친인척 고용, 아르바이트생 정규직 둔갑 등의 차원을 넘어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한 상태다. 고용부가 지난달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에게 제출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부정수급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 브로커는 43명에게 명의를 빌려 ‘가짜 실직자’를 만들고 총 2억3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타내고 1인당 20만∼12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단순한 양심 불량을 넘어 지능범죄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일자리사업 부정수급액은 올해 3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6월만 해도 부정수급액이 163억5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부정수급액 282억900만원을 훌쩍 넘어설 예정이다. 2017년에는 414억1600만원의 국고보조금 누수가 생겨 최근 3년간 부정수급액은 총 859억8200만원에 달한다.

실직한 고용보험 가입자의 재취업을 돕는 실업급여는 ‘주요 구멍’으로 지목됐다. 최근 고용부가 국회에 제출한 ‘실업급여 부정수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105억3600만원으로, 상반기 전체 누수액의 약 65%를 차지한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의 주요 사례로는 ‘취업·자영업 거짓신고’가 꼽혔다. 취업상태에서 실업하였다고 신고하거나, 실업급여 수급 중 확정된 취직·자영업 개시 사실을 미신고하는 경우 등이다. 올해 상반기 총 1만1865건 가운데 94%가 넘는 1만1186건이 이 같은 유형에 해당했다.

◆처벌 강화에도… 여전히 미흡한 ‘예방책’

일자리사업 예산이 ‘눈먼 돈’으로 전락하는 가운데 고용부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부정수급 방지책이 주로 처벌 강화, 환수액 증대 등 사후 관리에 치중돼 있으므로, 지원금 지급 전에 자격 요건부터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에 “이달 2일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예방책을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친인척 등 미자격자를 걸러내려면 가족관계 증명 등 개인정보가 필요하지만 기존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해 확인이 불가능했던 부분을 개선한 것이다. 개정안 110조는 고용부 장관이 △주민등록정보 △가족관계 등록사항 △군 복무 △토지·건물 △국민연금·건강보험 △출입국 정보 등 관련 자료를 관계 기관의 장에게 요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관련 조항에 1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실제 사전 적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개정규정이 공포되지 않았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공포되면 1년 뒤에나 시행될 것”이라며 “이번 법 개정으로 부정수급 적발률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