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을 이유로 1심에서 강제추행 유죄가 선고됐던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동안 성범죄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져 논란거리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판결이 향후 성범죄 관련 사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징역 6월·집유 2년’ 원심 깨고 항소심서 무죄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8부(부장판사 송승우)는 강제추행과 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20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 등을 명령받은 조모(36)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2017년 8월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이던 20대 여성을 두 차례 강제로 추행하고 멱살을 잡고 밀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명확하며, 피해자가 무고로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피고인을 모함한다는 것은 상식과 경험칙에 반한다”고 봤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추행과 폭행을 문제 삼은 시점과 경위, 합의를 시도한 정황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상당 부분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일을 나오지 말라’고 하자 피해자가 ‘절대 가만 두지 않겠다’고 한 점, 조씨가 합의와 정신적 피해 보상을 거절하자 수사기관에 출석해 강제추행과 폭행에 대해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피해자의 교통카드 이용내역을 조사한 결과 첫 번째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시점에 조씨와 함께 있지 않았다는 점도 무죄 판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곰탕집 성추행’ 등 타 사건들선 대부분 ‘유죄’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합리성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성범죄를 문제 삼는 과정에서 보인 태도 등도 고려해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재판부에 지지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여타 성범죄 사건들에서 그 진술의 일관성과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 대부분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사법부를 향한 불신과 비난이 빗발친 적도 있다. 지난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실제 추행 여부와 법원의 양형을 두고 논란이 됐다. 해당 곰탕집에서 지나가던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A(39)씨는 1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유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사실을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봐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 측의 상고로 이 사건은 3심까지 가게 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