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중화권 멤버 ‘홍콩사태’ 中 지지 눈길

홍콩·마카오·대만 출신도 “중국은 하나” / “한류 최대시장 中 활동 위한 선택” 분석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국내 아이돌 그룹의 중화권 멤버들이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홍콩 경찰의 폭력적 시위대 진압이 연일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홍콩 출신 갓세븐 잭슨(왼쪽). 대만 출신 워너원 라이관린

 

최근 중국 출신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오성홍기에는 14억 깃발 보유자가 있다. 나는 그중 하나다”, “홍콩이 부끄럽다” 등의 내용을 잇달아 게시했다. 에프엑스 빅토리아, 세븐틴의 준과 디에잇,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우주소녀 성소 등이다. 심지어 홍콩 출신인 갓세븐의 잭슨과 웨이션브이(WayV) 루카스, 대만 출신인 워너원 라이관린과 웨이션브이 양양, 마카오 출신인 웨이션브이 헨드리 등도 중국 지지 선언에 동참해 주목을 끌었다.

연예인, 특히 국경을 초월한 막강한 파급력을 지닌 아이돌들은 그동안 민감한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 발언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중화권 아이돌들의 이례적 행보는 한류의 발원지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 활동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수의 기업들이 보이콧 대상이 됐고, 거센 비판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베르사체, 스와로브스키, 지방시, 아식스, 코치 등은 티셔츠나 웹사이트 등에 중국과 홍콩을 별도로 표기해 모델의 계약 해지 통보와 중국 내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브랜드들은 성명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엑소 레이가 삼성전자 모델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레이 측은 지난 13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삼성전자가 공식 글로벌 홈페이지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삼성 스마트폰 브랜드와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모호하게 한 행위로 중국 동포의 민족 감정을 엄중히 손상시켰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예정된 콘서트도 취소했다. 앞서 레이는 홍콩을 국가로 표시한 캘빈클라인과의 모델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며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현재 중국 정부를 지지하지 않으면 중국 내에서 배척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중국 시장이 대만이나 홍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구미에 맞는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백만명의 SNS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는 아이돌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압력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했다.

 

권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