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 노후보일러 교체 100억 푼다

서울시, 지원대상 5만대로 확대 / 콘덴싱 보일러 설치비 20만원 보조 / 연식·건물주 주민등록지도 안 따져 / 2018년 3000대 수준… 홍보 팔 걷어 / 市 “난방비 줄이고 가족 건강 지켜”

서울시가 낡은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바꾸는 가정에 보조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자격·절차도 간소화한다. 난방용 보일러가 서울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당근책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보조금 신청 실적 자체가 저조해 올해 얼마나 많은 시민이 신청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올해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설치 지원 예산으로 100억원을 확보, 지원 대상을 당초 1만2500대에서 5만대로 확대한다고 19일 밝혔다. 우선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할 때 지급하는 보조금을 기존 16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린다.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가격은 용량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통상 90만원 안팎이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각 가정은 약 7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시는 향후 절약될 난방비를 감안하면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보일러의 열효율은 92% 이상으로 일반 보일러(80%)보다 높아 연간 13만원가량의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시는 또 10년 이상 낡은 보일러를 교체할 때만 보조금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연식과 무관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건물주 주민등록지도 따지지 않기로 했다. 기존에는 건물주가 서울시민이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시에 위치한 건물은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다. 지급 절차도 단순화한다. 주민이 보일러를 설치하고 보조금을 요청하면 설치 확인만 한 뒤 지급한다. 이미 보일러를 교체해 보조금 16만원을 받은 주민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차액 4만원을 내달 중 관할 구청에서 지급할 예정이다.

시가 지원 금액·절차를 대폭 완화한 이유는 난방용 보일러가 미세먼지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2016년 서울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생기는 미세먼지 중 난방·발전 부문이 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 난방·발전 부문 중 가정용 보일러의 오염물질 배출 비중은 46%나 됐다. 가정용 일반 보일러는 초미세먼지(PM 2.5) 생성의 주요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이 173ppm이지만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20ppm에 그친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보일러 보조금 지급 실적이 연평균 3000대 수준에 그쳐 올해 5만대까지 신청이 급증할지는 의문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친환경 보일러 보조금 정책을 시행해왔다. 2017년부터는 중앙 정부도 참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은 홍보가 많이 안 됐다”며 “내년부터 새로 보일러를 설치하거나 교체 때 친환경 보일러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미리 교체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시내 가정용 보일러 363만대 중 10년 이상 된 보일러 90만대를 2022년까지 모두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바꿀 계획이다. 목표가 달성될 경우 도시가스 사용량을 7155만㎥나 줄일 수 있다. 12만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서울 가정용 보일러에서 연간 배출하는 질소산화물도 20%(1802t)나 줄어든다. 또 30년생 소나무 2607만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대기오염 배출물질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환경마크 인증을 받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제품은 6개 업체 117종이 있다. 제품 현황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조금 신청 구비서류와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미세먼지정보센터에 나와 있다.

김의승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미세먼지는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인 만큼 이번 기회에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해 난방비도 절약하고 가족의 건강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