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마지막날인 20일에도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면서 남측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노동신문은 이날 ’연합지휘소훈련의 허울은 벗겨졌다’ 제목의 논평을 내고 “남조선 호전광들이 미국과 함께 벌여놓은 연합지휘소훈련은 우리를 침략하기 위한 공공연한 적대 행위이며 용납 못 할 군사적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호전광들은 이번 전쟁 연습에 대해 ‘실제 병력과 장비의 기동이 없는 지휘소훈련’이라고 변명하고 합동군사연습의 명칭을 변경하는 놀음도 벌였다”며 “그러나 미사여구나 늘어놓고 간판이나 바꾼다고 하여 침략적이며 도발적인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을 고려해 훈련 명칭에서 ’동맹’ 표현을 뺐는데, 북한은 이를 두고 ‘명칭을 변경하는 놀음’, ‘간판 바꾸기’로 지목하면서 전쟁의 실제 목적을 숨긴 기만행위라고 지적한 셈이다.
신문은 특히 이번 훈련에는 수복 지역에 대한 ‘안정화 작전’이 포함됐다고 언급하면서 ”이것은 연합지휘소훈련이 공화국에 대한 침공과 압살을 목적으로 한 극히 도발적인 불장난 소동이라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최신 무장장비 도입에 기승을 부리면서 한편으로는 전쟁 연습 소동을 끊임없이 벌이며 정세 악화를 부추겼다”며 ”그 어리석은 행위의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또 조만간 시작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미국의 강도적 요구”로 규정하고, 이를 받아들인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신문은 ’또다시 가해지는 상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이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남조선을 저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수탈의 대상으로, 제 마음대로 빼앗아내고 부려먹을 수 있는 노복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상전의 심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증액 요구가 날로 거세지는 것은 역대 남조선 집권자들의 굴욕적인 대미 추종 행위가 초래한 것”이라며 ”남조선 집권자들이 민족적 자존심도 없이 인민들의 혈세를 침략군에게 섬겨 바치며 잔명을 부지하고 동족 대결을 심화시킨 것은 천추에 용납 못 할 매국 반역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 같은 비난은 조만간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우위에서 서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 비건 美 대북특별대표 오늘 방한…북·미 실무협상 전략 조율
실제로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을 찾는다.
비건 대표는 오는 2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이번 협의는 북한과 미국이 본격적인 비핵화-상응조치 실무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미 간 전략을 조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비건 대표는 같은날 오후에는 통일부 등 관계부처를 방문해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을 한 뒤 22일 서울을 떠난다.
한미 연합훈련 종료 시점에 맞춰 비건 대표가 방한함에 따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6월30일) 때 개최에 뜻을 모았다가 기약 없이 미뤄져 온 북미 실무협상이 곧 이어 열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비건 대표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물밑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