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이 소유 중인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둘러싼 채무문제가 조 후보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야당은 조 후보자가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 후보자의 동생은 20일 웅동학원에 대한 채권을 모두 처분해 향후 기술보증기금(기보)에 진 빚을 갚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따르면 창원 웅동 출신인 조 후보자 아버지는 1985년 웅동학원을 인수했다. 조 후보자 아버지는 1996년 면소재지 중심에 있던 웅동중학교를 인근 산중턱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그가 운영하던 고려종합건설과 조 후보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고려시티개발에 공사를 맡겼다. 두 회사는 기보의 보증을 받아 은행으로부터 약 1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고려종합건설이 1997년 부도가 나면서 기보가 은행 대출금 전액을 대신 갚고 고려시티개발과 조국 일가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조 후보자의 부친이 사망한 이후 이 52억원 규모의 채무는 조 후보자 일가에게 전가됐지만, 조 후보자 일가는 상속받은 재산만큼만 피상속인의 빚을 갚는 ‘한정승인’을 통해 사실상 채무 전액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조 후보자 동생은 2006년 이 공사비 채권을 새로 세운 건설사 코바씨앤디와 전처 조모씨에게 양도했다. 이후 전처 조씨는 곧바로 웅동학원에 공사비 대금 청구소송을 내 이듬해 승소했고, 또 2017년에는 조 후보자 동생이 이 재단을 상대로 공사대금을 갚으라고 소송을 내 이겼다.
야당은 조 후보자 일가가 웅동학원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으면 돈이 기보에 넘어갈 상황을 우려해 코바씨앤디와 조 후보자의 전처를 내세워 소송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조 후보자 동생 부부 등은 천문학적 금액을 웅동학원으로부터 받아내려 했다”며 “등기이사로 등재됐던 조 후보자가 이러한 과정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최악의 모럴해저드”라고 지적했다.
이 재단이 조 후보자 동생 측이 낸 소송에 대한 대응을 포기해 생긴 거액의 채무를 교육청에 알리지 않은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사립학교법은 사학재단 재산에 대한 의무의 부담이나 권리포기 등을 할 때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동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예전에 운영하던 고려시티개발이 기술보증기금에 채무가 있었던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며 “웅동학원 채권을 모두 포기하고 기술보증기금의 채무를 변제하는 데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기술신용보증에 채무가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전처에게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