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조국 지지→실망·분노…"기회·결과 모두 불평등·불공정" [일상톡톡 플러스]

"너무 화가 나서 조국 말대로 '죽창'이라도 들고 싶다!"
20일 오후 경남 양산시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건물.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교 재학 시절 한 의과대학 연구소에서 2주 가량 인턴을 한 뒤 해당 연구소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데 대해 대학생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0일 주요 대학 커뮤니티에는 해당 문제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조 후보자의 딸 조씨가 졸업한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 게시판의 한 이용자는 "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대학시절 내내 MEET(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 보겠다고 매일같이 머리를 싸매고 눈물나게 공부하고 아르바이트까지 뛰었구나"라면서 "너무 화가 나서 조국 말대로 '죽창'이라도 들고 싶다. 술이나 진탕 마셔야겠다"고 허탈감과 분노를 드러냈다.

 

다른 이용자는 조씨가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첫 페이지를 캡처해 올리며 "본인은 'Glu298Asp', 'T-786C' 같은 용어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제 학우라고 불러 주기도 어렵다. 학위도 취소하고, 입학도 취소하고 정유라처럼 고졸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또다른 이용자는 "고려대는 조국 딸을 고소해야 한다"면서 "연구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고, 그 분야 지식도 없는데 논문에 이름을 올려 고려대 수시전형에서 입학관들을 속여 고려대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아니냐"고 주장했다. 

 

조 후보 모교인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

 

한 이용자는 "서울대에서 미성년 논문 저자를 전수조사했을 때도 공저자로 참여한 경우는 있어도 1저자는 없었다"면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용자는 "정유라처럼 조국 딸의 본명을 공개하고 고려대 합격과 의전 합격이 정당했는지 수사해야 한다"며 "정유라는 고등학교 졸업장도 뺏어가지 않았느냐"고 했다.

 

딸 논문 논란에 대한 조 후보자 측 해명을 언급한 글에는 "미국에서도 생물학 박사 6∼7년 해서 제대로 된 논문 한두 편만 건져도 성공적인 박사생활을 했다고 하는 마당에, 2주 하고 1저자 논문을 쓰는 게 '가능하다'라고 생각한다니 억장이 무너진다"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이용자는 "고등학생 때 병리학 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한 사람이 의전원에서 유급을 두 번이나 당했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고려대는 조국 딸 고소해야" 청년층 허탈감·분노 표출

 

연세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박근혜 정권 시절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비교하며 이번 사안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농담이 아니라 정유라보다 심각한 것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정유라와 동급이다', '조국 딸보다 학점 높은데 장학금 못 받은 사람' 등의 글도 게시됐다.

 

로스쿨 준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이용자는 "진짜 별별 회의감이 다 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화여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조 후보자의 딸과 정유라가 비슷하다는 취지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며 비판이 이어졌다.

 

조 후보자 등에 따르면 딸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 재학 중이던 2008년 충남 천안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했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친 뒤 A교수를 책임저자로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인턴십 과정에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가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면서 "논문에 대한 모든 것은 지도교수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학교가 마련한 정당한 인턴십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해 평가를 받은 점에 대해 억측과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조국 측 "여러 의혹에 대한 억측·오해 없길 바란다" 정면 반박

 

조 후보자 검증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점차 격화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0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 공세를 강화하며 자진 사퇴·지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상털기 식의 정쟁을 중단하라며 조 후보자 방어막을 높이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자질·능력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회 취지와는 달리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완전히 타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사법개혁 의지와 법무부 수장으로서의 비전을 검증하는 자리이지 가족청문회나 신상털기회가 아니다"며 "한국당은 추측을 소설로 만들고 부풀리며 가족 신상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한국당 눈에는 조 후보자 동생 부부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보이냐"며 "자질 검증은 뒷전이고 검증 대상도 아닌 가족에 대한 신상털이와 사생활 침해에만 혈안이 돼 있는데 그야말로 파렴치한 정치공세"라고 강조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가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것인데 가족 얘기를 계속하니 문재인 정부 흠집 내기를 위한 정쟁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조 후보자와 그의 가족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을 점검한 결과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조 후보자 엄호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다. 

 

법사위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회의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어제와 오늘 아침 모임을 하고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검토한 결과 가짜 수준의 근거 없는 모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野 "자진 사퇴·지명 철회 촉구" vs 與 "신상털기식 정쟁 중단해야"

 

반면 한국당은 조 후보자 및 일가에 제기된 의혹들을 부각하며 조 후보자 자진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 및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태스크포스(TF) 연석회의에서 "어린이에게 주식, 부동산, 펀드를 가르치는 것을 동물의 왕국에 비유했던 그가 자녀를 동원해 의혹 덩어리인 사모펀드 투기에 나섰다"며 "과거에 사사건건 주옥같은 말씀을 많이 남겼는데 그대로라면 사퇴는 물론 스스로 검찰청을 찾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조 후보자와 일가를 겨냥해 "이분들에게 국가와 국민은 농락·갈취의 대상이 아니었느냐고 생각한다"며 "(조 후보자는) 이제라도 사퇴하고 대통령도 이쯤 되면 지명 철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조 후보자 배우자·자녀의 사모펀드 투자 논란, 논문 표절 의혹, 조 후보자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위장거래 등이 집중 거론됐다. 

 

특히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과 외국어고 재학 당시 논문 1저자 등재 논란에 대한 공세에 화력을 집중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는 특목고, 자사고를 원래 취지대로 운영하자면서 본인의 자녀는 외고를 보내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시켰다"며 "그리고 고등학생 때 2주 인턴 과정으로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올려주는 스펙 관리는 남의 자식은 안돼도 내 자식은 된다는 사고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고등학생이 제1 저자로 된 것은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인데 이해도 안 되는 황당한 해명 아닌 변명을 내놨다"며 "지도교수가 책임자라서 문제가 없다는데 제대로 된 논문을 써 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 후보자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20일 서울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조 후보자의 교수직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하상윤 기자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는 여전했다.

 

민주당 정 원내대변인은 "인사청문회법을 지켜 8월 말까지 청문회를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8월 27∼28일)과 민주당(8월 30일) 연찬회 등이 있어 9월 2일이나 3일에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당 연찬회가 예정된 30일에라도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고 있어 한국당 측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