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분노조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5986명으로, 이는 4934명이었던 2013년에 비해 4년 사이 21.3% 증가한 수치이다.
무엇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가. 사람들은 주로 자신의 일이 방해받을 때나 타인이 자신의 상식을 무시한다고 느낄 때 화를 낸다. 그런데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불공평해’, ‘무례해, 날 무시하잖아’, ‘사사건건 트집이야’ 등 잔뜩 찌푸린 얼굴로 고함치고, 빈정거리고, 비난하다 보면 사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듯 분노는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게 마련이지만, 분노를 촉발하는 상황은 다시 생기면서 지쳐간다.
분노의 발생 이유는 다양하다. 얼마 전엔 제주에서 난폭운전을 한 운전자가 상대방이 항의하자 분노를 표출하며 상대방을 마구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이 폭행은 피해자의 아내와 어린 두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벌어져서 충격을 준 바 있다.
화가 날 때, 잠깐 멈춰 생각해 보자. ‘화가 났던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기대했는가’ 하고.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대로 상대방이 반응하지 않거나 자신의 ‘상식’을 타인이 위배했다고 느끼면 좌절감을 느끼고 화를 낸다. 사람들은 무심코 자신의 상식이 보편타당한 것이라 여기기에 상대방의 반응이 ‘나의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세계’에 부합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이건 옳지 않아’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각자 고유한 상식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이들의 생각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단 화가 났다면 분노는 일시적임을 상기하고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잠깐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므로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주의를 환기하는 것도 좋다. 그럼에도 화를 내고 말았다면 자책하지 말고 이번 일을 통해서 배운 점을 생각해 보자.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니 나의 상식은 나에게 적용하고 타인에게도 적용된다고 쉽게 가정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라고 묻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때가 바로 숨 고르기를 하고 멈춰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
보다 근원적으로, 분노를 촉발하는 요인에 대한 마음의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저항력을 키우기 위한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등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좋아하는 음악, 취미 등을 개발해두면 화가 날 때 기분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명상훈련을 배워서 화날 때 사용하면 분노와 이완활동이 서로 경합해 화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살면서 때로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자주 화가 나고 감정이 불편하다면 화날 때 동반되는 생각, 나의 상식과 가치, 타인과의 차이점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분노의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전개돼 어디로 사라지는가를 잘 지켜보면 분노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