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인 A군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게 된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나서였다. 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몸통’이 검사를 사칭한 전화로 피해자를 물색하면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아 전달하는 ‘수거책’이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A군은 피해 금액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양복을 입고 검사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친구와 후배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일 처리방식을 친구와 후배에게 전수하고 이들이 수거책 역할을 마칠 때까지 감시했다고한다. A군 등 5명은 이런 식으로 지난 6월12일부터 7월5일까지 피해자 4명을 상대로 4000여만원을 가로챘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6일 A군 등 5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군 일당이 저지른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 건수가 지난해 전년 대비 1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던 사기범죄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경찰은 진화하는 사기범죄 수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기관 설립에 나섰다.
경찰은 센터 설립을 통해 범죄수법 분석부터 차단까지 사기범죄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센터는 현황 및 수법 분석팀, 방지대책 연구 및 차단팀 등 4개팀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사기방지 연구위원과 연수원 교육에 입교하는 수사·형사과장, 경제팀·지능팀 수사관 대상으로 사기방지 연구 세미나를 운영하면서 설문조사 통한 최근 다중사기 범죄 정보·수법 수집, 범죄 스크립트 분석기법(범죄수법을 각본화해 효과적 개입 시점, 대응책을 연구하는 방법) 통한 대응책 연구, 사기방지 전문가 과정 신설 등을 추진한단 방침이다.
경찰은 이렇게 마련된 사기범죄 관련 정보·대응책을 활용해 노인, 청소년 등 대상 교육도 진행하기로 했다. 신용평가기관, 금융회사 등과 협력 통해 사기방지 네트워크 구축도 목표로 세웠다.
경찰수사연수원 측은 센터 신설 추진 배경에 대해 “개인 사이 발생하던 사기범죄가 전기통신기술 발달로 점점 불특정 다수 상대하는 다중사기범죄로 진화하는 데다 그 피해가 사회적 약자인 노인층, 가정주부, 대학생 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범죄 발생 후 사후 수사에 한계가 있고 실질적 피해 회복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인 예방법과 사기범죄 위험성 홍보 통해 피해 확산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