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충고보다 삶의 경험 통해 희망을 전하다

내일 삶의 서재 - 인간의 부서진 마음에 전하는 위안 / 캐서린 루이스 저 / 크레이그 맥클레인 역 | 젤리판다/1만6000원

 

#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1905∼1997)은 프로이트와 아들러를 잇는 빈 학파의 저명한 학자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로 전 세계에 나치의 만행을 알린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로 있으면서 20∼30대 학생들에게 의미 요법(logo therapy)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곤 했다.

프랭클 교수는 30대 후반인 1942∼1945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부모·형제와 부인을 잃었고 자신도 죽음 앞에 섰다. 그럼에도 그는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를 키웠다. 매일 옆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힘들 때마다 과거 행복했던 모습을 추억처럼 회상하며 현재의 자신을 잊으려 노력했다. 좋은 날은 다시 온다는 결의를 다지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암송했다고 한다. 그는 강제 노역장을 오갈 때도 다른 사람처럼 힘없이 땅만 보지 않았다.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전후 좌우로 돌리며 길가의 풀이나 붉은 저녁노을을 바라보았고, 억지로라도 의미를 찾고 깨달으려 노력했다.



그는 책을 통해 죽음의 막다른 골목인 나치수용소에서 깨달은 것을 적어둔 법칙 가운데 하나를 소개했다. 흥미로운 건 체격이 건장하지만 자기 것만 챙기고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보다 몸은 허약하지만 긍정적인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희망을 믿는 사람이 수용소에서 오래 살아남고 어려움도 더 잘 견딘다는 것이었다. 프랭클은 그 이유를 찾아 적기 시작했고 이치를 깨닫게 된다. “정신적 자유와 의지를 가질 수만 있다면, 인간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키우고 희망했던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가 있고 매우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경제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론 중에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즉 하루 3시간씩 꼬박 10년 이상은 같은 양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1만 시간이 한 사람을 전문가로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성취감과 바른 의식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목표가 없는 배는 항구를 떠나면 망망대해를 방황하게 된다.

목표가 없는 비행기는 아무리 빠르게 가더라도 착륙하지 못하고 연료가 다해 추락한다. 목표 없는 인생은 어디로 도착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원하는 인생이 있다면 반드시 원하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는 망상활성계의 정상 수치를 높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근거와 방법이 된다.

세계적인 우울증 전문가 캐서린 루이스(사진)의 신간 ‘내일 삶의 서재’는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와 확연히 다른 결을 드러낸다.

유전학적으로 우울증을 치료해 온 저자는 위로와 충고보다는 실제 삶의 경험을 최대한 전하면서 공감을 얻고자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