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무슨 일 일어날지 지켜보자”

美조야에선 ‘트럼프 책임론’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We’re going to see what happens)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면서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국방부가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현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대응 기조가 주목된다. 특히 프랑스 G7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일 정상간 만남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에 대한 논의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소미아 관련 답변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서도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며 “(G7 회의에서) 아베 총리를 만날 것이며,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훌륭한 신사”라고 언급했다.

 

미 조야에서는 한·일 갈등이 심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관자적 태도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 관리를 소홀히 하고, 한·일 갈등을 남의 일처럼 지켜본 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이 깊어지던 지난달 “일본과 한국 사이에 관여하는 것은 풀타임 직업 같은 (힘든) 일”이라고 한 발언을 상기하고, 한·일 모두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 동맹을 지원하는 데 소극적 입장이었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북아 정책에서 한국과 일본을 중재해온 워싱턴의 전통적인 역할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역할을 회피하면서 이 지역의 동맹 네트워크에 한국과 일본이 더 많이 투자하라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양국을 향해 무역 양보와 더많은 방위비 지출을 압박하며 구경만 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