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궁지에 몰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일가가 가입한 사모펀드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지만 이를 둘러싼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5일 “조 후보자 배우자와 두 자녀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사모펀드가 주식 작전세력과 연계해 탈법적인 우회상장으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도모하려 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26일 조 후보자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조사요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당 “탈법적 우회상장으로 차익 도모”… 조 후보자 측 “지금 손실보고 있어”
한국당 김용남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5차회의’에서 “조 후보자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만 봤다’고 했지만, 조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앤티’의 매출이 작년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해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 1호’의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코스닥 상장회사인 ‘더블유에프엠(WFM)’과 비상장회사인 ‘웰스씨앤티’를 인수해 합병을 시도했고, 이를 위해 가치를 40배 부풀린 전환사채를 발행했다는 주장이다. 코링크PE와 WFM 대표는 동일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WFM의 정관상 사업목적이 2017년 11월 웰스씨앤티의 정관과 똑같이 변경됐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기업 인수합병의 전형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비상장사인 웰스씨앤티의 회사 가치를 뻥튀기하기 위해 2017년 8월 액면가 500원짜리를 40배인 2만원으로 불리는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며 “이를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비상장사인 웰스시앤티에 투자했던 조국 일가”라고 주장했다.
주광덕 의원은 앞서 ‘조국 가족펀드’로 지목된 블루코어밸류업 1호가 2017년 8월 총 투자금인 14억원의 대부분에 달하는 13억8000만원을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조국 일가는 웰스씨앤티에 10억5000만원을 투자했는데, 그 무렵 웰스씨앤티 재무제표상 10억5000만원이 어디론가 빠져나간다”며 “이 돈이 코링크PE로 흘러가 WFM 인수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국당은 코링크PE의 실질 대표가 조 후보자의 5촌조카인 조모씨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조 후보자가 자신의 부인과 자녀 명의로 투자한 10억5000만원을 공익재산에 헌납하겠다고 한 데 대해 “이미 투자원금을 고스란히 회수해놓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정상적 펀드라면 조 후보자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이고, 지킬 수 있는 약속이라면 무심결에 조국 펀드를 고백한 것”이라며 “스스로 만든 거짓말의 덫에 걸렸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은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면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자자 6명 모두 조 후보자 일가… 일명 ‘조국 가족 펀드’
조 후보자 부인과 자녀가 전 재산보다 많은 돈을 넣기로 약속해 논란이 된 블루코어밸류업 1호은 처남과 그의 자녀 2명를 포함해 출자자 6명 전원이 조 후보자 가족으로 이뤄졌다. 사모펀드 전체 운용자산 14억원 중 조 후보자 부인과 자녀 2명이 10억5000만원을 투자했고, 처남과 그의 자녀들 명의로 3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야당은 이 같은 투자 형태가 공직자윤리법상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직접 보유한 주식 총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한다. 다만 펀드 같은 간접투자는 허용되고 있어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에 임명된 후 이 같은 ‘가족펀드’ 투자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블라인드 펀드(투자금을 모은 다음 투자처를 찾는 펀드)라 투자처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당 정점식 의원에 따르면 해당 사모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엔티의 지난해 관급공사 관련 매출은 17억2900만원으로, 전년보다 68.4% 급증했다.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하고 있던 시점이다. 정 의원은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이 회사가 관급공사를 싹쓸이한 배경엔 결국 민정수석실의 위세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장혜진·곽은산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