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 아마존 난개발로 신음…보우소나루 ‘탐욕’ 인류 생존권 위협 [세계는 지금]

브라질 극우정권, 황폐화 가속 / 정부, 개발 공약 내세워 열대우림 파괴 / 광산개발·농축산업의 불법 벌목 급증 / 한 달간 파괴된 숲의 면적 서울의 3.7배 / 상반기 산불 건수 2018년보다 83% 늘어 / 환경 우려 통상마찰로 이어져 / 獨 “아마존 훼손은 전 지구적 문제” / 佛, 브라질 파리협정 탈퇴 움직임에 / 20년 만에 합의한 FTA 파기 경고도 / 노르웨이 ‘아마존 기금’도 지원 중단

“BR-319 고속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될 것입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의 주도인 마나우스 시내 경찰학교를 방문해 이같이 밝혔다. BR-319는 아마조나스주를 가로지는 연방고속도로다. 전체 길이는 800㎞에 이르며, 아마조나스주의 ‘마나우스 자유무역지대’(ZFM)에서 생산된 제품을 운송하는 주요 교통로로 사용된다. 동시에 BR-319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난다. BR-319의 포장 문제가 수십년 전부터 제기됐음에도 진전되지 못한 이유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러한 환경적 특수성을 가진 BR-319를 “마나우스 자유무역지대는 브라질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포장하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올해 1월1일 취임했다. 극우 성향으로, 취임 이후 개발우선정책을 펴왔다.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은 그의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다. 광산 개발 확대, 원주민 보호구역 축소, 환경보호기관 역할 약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투자 유치, 고용 확대 등이 그 명분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휘 아래 아마존 내 난개발이 자행되고 있다.



◆황폐해지는 아마존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세계 산소의 20%가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는 지구 생물 종의 3분의 1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마존은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등 남미 8개국에 걸쳐 있다. 전체 넓이는 750만㎢ 정도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이 브라질에 속해 있다.

 

무한할 것 같던 아마존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빠른 속도로 훼손돼 왔다. 브라질 과학기술부 산하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과학적인 관측 시스템을 이용한 조사가 시작된 1988년 이래 30년간 78만3000㎢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졌다. 이는 독일 국토 면적(35만7409㎢)의 배를 넘는 규모다.

특히 보우소나루 정부 들어 열대우림 파괴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한 달에만 서울시 면적(605.2㎢)의 약 1.3배에 이르는 숲이 파괴됐다. INPE에 따르면 지난 6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769.1㎢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사라진 면적(488.4㎢)보다 약 58% 급증한 수치다. 6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16년(951㎢) 이후 3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넓은 규모다. 이에 더해 올해 7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2253㎢)은 지난해에 비해 278% 늘어난 것으로 관측됐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주요인으로는 광산 개발과 농축산업 생산 확대를 위한 불법 벌목이 꼽힌다. 최근 방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으로 급증하는 산불도 문제가 되고 있다. INPE는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지난 19일까지 브라질에서 발생한 산불 건수가 7만2843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 증가한 수치다.

◆아마존 파괴와 기후변화

황폐해져 가는 아마존은 결국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상파울루대학교(USP)를 비롯한 브라질 3개 대학 연구진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 지역 평균기온이 1.45도가량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지난 3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에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무분별한 벌채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의 평균기온이 0.38도 상승한 사실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평균기온이 이처럼 상승하면 아마존 열대우림 내 생물 종들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되면서 전염성 질병이 확산하고, 전력·식수부족 사태가 나타나는 등 경제·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연구진은 꼬집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후 환경훼손 행위에 대한 규제는 되레 줄어들었다. 아마존 열대우림 관리를 맡는 브라질 환경·재생가능 천연자원연구소(Ibama)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3일까지 적발된 환경 훼손행위에 대한 벌금 부과 건수는 68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771건)보다 29.4% 감소했다고 지난 24일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보우소나루와 그의 정부를 “기후 균형 상태에 대한 위협”으로 표현했다.

◆‘세계의 허파’인가 ‘브라질의 주권’인가

보우소나루 정부의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을 두고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가열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산불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미디클럽을 방문하는 등 브라질 정부가 안이한 대처를 이어가자 G7(주요 7개국) 정상들은 지난 25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산불 대처 문제를 주요 현안 중 하나로 논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마존은 물론 브라질의 영토이지만,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전 지구적인 문제”라며 “지구 전체의 허파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 세계 사람들이 쇠고기를 점점 더 많이 먹게 된 것이 이번 아마존 화재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브라질은 전 세계 쇠고기 수출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브라질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다. 이집트, 유럽연합(EU) 등도 주요 고객이다. 최근 20년간 쇠고기 수출량과 수출액은 거의 10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 연구원인 호물로 바티스타는 “방대한 목축산업은 아마존 황폐화의 주원인”이라며 “아마존에서 숲이 사라진 곳의 65%가 방목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해 조성되는 ‘아마존 기금’도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감시’, ‘복구와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원 취지와 달리 브라질 환경부가 기금운용방식을 바꾸고 기금 사용 기준을 정하는 ‘아마존 기금 운용 위원회’를 해체하려 하자 기부금의 94%를 부담해온 노르웨이는 아마존 기금에 대한 신규 기부를 중단했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열대우림 파괴가 지난 6월28일 협상 개시 20년 만에 체결에 합의한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U는 FTA를 맺는 조건으로 브라질이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 협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파리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브라질이 파리 협정에서 빠지면 EU·남미공동시장 FTA에 서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 문제와 FTA 비준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독일·영국·스페인은 반대 뜻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경제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의 등장 이후 ‘자유무역협상 도미노’ 현상으로 훈풍을 탈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를 지적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반발해 왔다.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아마존 열대우림에 돈을 보내는 나라들은 비영리적인 지원활동이 아니라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환경보호와 개발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 브라질 환경장관인 호세 사니 필호와 이자벨라 테세이라는 브라질이 어렵게 얻은 ‘책임감 있는 식량 생산자’이자 ‘세계환경포럼들 내 리더’라는 명성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빠르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한 외신 인터뷰에서 말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