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요. 소송에 나서야 할까요?”
“적금이라 생각한 것이 이 지경까지 왔네요.”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허위기재 논란으로 ‘코오롱티슈진’이 지난26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자 소액주주들의 피해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주식피해자연대’라는 이름으로 생겨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하다”, “조금이나마 기대했는데 올 것이 왔다” 등 토로하는 글들이 올랐고, 일부 주주는 집단소송을 제기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27일 코오롱티슈진 관련 네이버 카페와 집단분쟁 전문 플랫폼 화난사람들, 관련 소송자료를 낸 법무법인 등을 분석한 결과 코오롱티슈진에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예정인 곳은 7곳에 달했다. 개인적으로 주주를 모아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건까지 포함하면 소송 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5만9445명(지난해 기준)…361억원가량 휴짓조각 위기
지난해 기준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는 5만9445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발행주식의 36.66%(451만6813주)에 달한다. 지난 5월28일 거래정지일 기준 1주당 가격인 8010원으로 보면 361억원가량이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지난 19일 코오롱티슈진이 밝힌 손해배상 소송 건은 3건으로 총 1835명이 청구한 손해배상액만 532억원 정도다.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은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구성성분과 공시, 공표내용들을 거짓으로 발표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다. 코오롱티슈진 주주피해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반분기보고서 등 허위기재로 투자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며 “이번 피해 건은 그 요건이 충족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진행 중인 주주는 1차 294명, 2차 978명, 3차 148명(27일 기준∙현재 모집중) 등 총 14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지난26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하며 이들이 상장을 위해 제출한 서류 중 ‘인보사’ 관련 내용이 ‘허위기재’ 됐거나 ‘누락’됐다고 판단했다. 기심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5년 5월 코오롱티슈진에 인보사 임상3상 시험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냈고 결국 중단됐다. 그런데도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상장심사청구 서류에 ‘임상3상시험 진행 중’이라고 기재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은 위탁생산업체인 ‘론자’로부터 인보사의 핵심성분 중 하나가 사람의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상장심사서류에는 정상 사람의 연골세포라고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지난 3월 인보사의 유통과 판매를 중단했다.
◆ 집단소송 승소는 미지수…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확정은 아냐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식거래는 이익의 배당을 약정받는 게 아니라 손실이 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전제하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 상장폐지 된 주식의 손해배상 소송이 승소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미 변호사는 “불법성이 있는 것으로 언론에 조명된 이슈는 법무법인이 나서 집단소송인단을 많이 모집하곤 한다”며 “집단소송인 만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결과를 지켜볼 수 있지만 집단에 개인이 포섭되다보니 개별적인 특수성이 현출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거래소의 결정 후 15영업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사하게 되고 여기서도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다면 마지막으로 코오롱티슈진 측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15영업일 이내 코스닥시장위가 심사해 최종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티슈진 주식 거래는 정지된다.
코스닥시장위가 상장폐지 대신 개선기간 부여를 내린다면 1년마다 재심사해 최대 2년까지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지지만 티슈진의 신약개발 실적이 사실상 적자인 상황에서 인보사 임상시험을 제대로 끝낼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코오롱티슈진은 입장문을 통해 “미국 FDA 임상재개를 위해 세포특성에 대한 확인시험 결과와 최종제품에 대한 시험 및 품질 관리 시스템 향상 등 시정조치 계획과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한 자료 등 응답자료를 제출했다”며 “향후 미국 FDA의 결정 또는 회신에 따라 주주 여러분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사항이 발생하는 경우 지체 없이 알리겠다”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