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日 수출규제 철회 땐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 가능”

韓·日 갈등 출구 찾을까 / 실질 종료 3개월 앞두고 여지 남겨 / 美 반발 등 외교적 부담 의식한 듯 / 기간 지나 재협정 땐 비준 절차 복잡 / 실제 가능 여부 놓고 의견도 분분 / 유엔총회·일왕 즉위식 등 변곡점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시정하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 방침에서 한 발 퇴로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강력한 반발로 인한 외교적 부담을 덜고, 종료까지 약 3개월이 남은 지소미아를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 배제에 대한 대응 카드로 계속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3개월간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3개월간 타개책 찾으면 재검토 가능”



이 총리는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일본의 28일 수출무역관리령 시행 강행과 관련해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며 “그 기간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진정한 자세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리는 현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것은 “국익과 명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22일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뒤, 고위급에서 협상 의지와 그 시한을 제시한 것은 이 총리의 발언이 처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정이 아직 종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는 가능한 시나리오다. 정부가 일본 측에 협정 종료 결정을 전달했지만 상황 변화가 있고, 이에 따라 양측 합의가 있으면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 총리가 재검토가 가능한 시점을 협정 종료 이전으로 한정지은 것은 현실적 한계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외교소식통은 “일반적으로 협정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당사자 합의로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협정이 종료돼 공백 상태가 발생하면 새로 협정을 체결해야 하고 국회 비준 등 국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일본과 지소미아를 체결하기까지 겪었던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을 생각하면 종료 후 다시 체결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반발 고려했나… 일본 변할까

3개월간 해결의 계기는 여러 차례 마련돼 있다. 정부 안팎에선 일단 유엔총회,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정상급 인사들이 모이는 다자회의에서 양국 정상의 전격적 만남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다. 10월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도 양국 관계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날 재검토 관련 언급을 한 이 총리 본인이 즉위식 특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태도를 바꾸느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이 총리 언급에 대한 질문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영향으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에서 협상 우위를 점한 뒤, 우리 정부가 일본과 지소미아 유지에 합의하게 된다면 이중 부담만 지게 되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이 총리 발언과 관련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전에도 말한 적 있는) 일본의 변화된 것들이 있다면 그때 가서 재검토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 총리가 청와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홍주형·이귀전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