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28일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가 가시화하면서 갈등이 우려된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를 서울 도렴동 청사로 불러 지소미아 종료를 비롯한 한·일관계 현안과 한·미관계 전반을 협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조 차관은 해리스 대사에게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일 양자관계 맥락에서 검토·결정된 것으로, 한·미동맹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앞으로 미국 측과 긴밀한 공조 하에 한·미·일 안보 협력을 지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조 차관은 특히 해리스 대사에게 미국 정부가 한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실망과 우려는 표시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는 것은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차관은 또 일본과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이유는 일본이 먼저 한국을 ‘안보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규정하고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원인제공은 일본이 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그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해당 훈련은 영토 수호목적에서 연례적으로 이뤄져 왔음을 거듭 설명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알겠다”며 “본국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차관의 해리스 대사 면담은 워싱턴 일각에서 불만 표출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 “11월 22일까지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한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한·일 양국이 협상으로 돌아오기를 미국이 바라고 있다며 “우리가 오늘 이 얘기를 하는 것은 한국의 최근 조치가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동맹 관계 균열로 이어지고 우리에 대한 안보위협 대응체계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며 “오히려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中 “韓 지소미아 종료 결정, 美 외교전략 향한 도전”
중국 관영 매체가 28일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미국의 외교전략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에서 “한국 정부의 결정은 최근 한·일 무역분쟁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협정 체결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소미아 체결은 신뢰성 있는 한·일 양국 관계가 전제조건이지만 2016년 체결 당시 양국 관계는 그렇지 않았고, 심지어 한국 여론은 지소미아 체결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 협정 체결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리밸런싱) 정책 추진을 위해 체결됐다.
신문은 “한국의 종료 결정에는 최근의 반일 여론뿐만 아니라 한·일 간 정치적 신뢰 부재가 영향을 끼쳤다”며 “최근 한·일 긴장은 무역에서 군사안보 영역으로 확장됐으며 다른 분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 정부의 결정은 미국의 위상 저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미·일 삼각관계 약화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설득에도 한국이 종료 결정을 한 것은 미국이 동맹국 사이 분쟁을 해결할 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신문은 “한국과 일본은 각각 미국의 동맹이지만 한·일 양국은 동맹이 아닌 만큼, 3국 관계 틀에서 한·일관계는 항상 약한 부분이었다”며 “미국도 한·일 간 동맹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소미아 체결을 통해 한·일 관계를 강화하고 양국을 준동맹 관계로 격상해 3국 관계를 안정화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의 결정은 3국 관계와 향후 협력에 타격을 줬다”며 “한·일 양국이 향후 지소미아에 다시 합의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경우 제3국의 이익에 해를 끼치기보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촉진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이정우 기자,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