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우리 외교 당국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인 것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비롯한 현안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이견이 그만큼 심하게 노출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이같은 공개적인 의견 충돌을 바로잡아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한·미 양국이 의견 차이를 넘어 갈등을 노골화할 우려도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에게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양자 관계 맥락에서 결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대일 문제이므로 한·미동맹 문제와는 연결하지 말라는 요구이다. 조 차관은 또 해리스 대사에게 일본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국 스스로 국방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독도 방어훈련을 언급하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발언한 데 대해 해당 훈련은 영토 수호목적에서 연례적으로 이뤄져다고 거듭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은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해리스 대사를 불러들인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조 차관과 해리스 대사의 면담 사실을 먼저 공개한 것도 다소 이례적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입장을 설명했지만, 연일 워싱턴 일각의 불만이 국내로 전해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의 ‘무역 규제’에 대해서는 ‘중립’ 입장을 표방했지만,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엔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이 궁극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주문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미국의 행보에 대해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정우·유태영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