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서 만나 결혼한 부부… 나란히 '3성장군' 진급

美 육군의 로라 리처드슨 장군·제임스 리처드슨 장군 부부 '화제' / 헬기 조종사로 1980년대 한국에서 만나 결혼… 나란히 중장 진급 /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딸 혼자 남겨두고 부부가 함께 참전도
미국 육군의 ‘부부 장군’으로 유명한 로라 리처드슨 중장(왼쪽)과 제임스 리처드슨 중장. 두 사람은 1980년대 중반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함께 복무할 때 사귀다 결혼했다. 미 육군 홈페이지

1980년대 주한미군에서 육군 헬기 조종사로 함께 복무하다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 있다. 30년 이상의 군복무 끝에 부부가 둘 다 별 셋, 중장까지 진급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두 사람 모두 미군의 일선 전투 지휘관으로 참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성 군인은 많아졌으나 장성급까지 진출한 사례는 아직 드문 현실에서 이 ‘부부 장군’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29일 미 육군에 따르면 북부육군(U.S. Army North) 사령관인 로라 리처드슨 중장과 그의 남편인 육군미래전략사령부 부사령관 제임스 리처드슨 중장이 최근 수도 워싱턴에서 ‘여성의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 33년에 걸친 부부의 결혼생활을 소개했다.

 

로라와 제임스 모두 육군 헬기 조종사 출신이다. 그들은 1980년대 중반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함께 복무한 것이 인연이 돼 결혼했다.

 

미 육군의 헬기 조종사는 대체로 맡는 보직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부부는 정통 헬기 조종사들이 걷는 경로에서 이탈해 다양한 보직을 경험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부부가 최대한 서로 가까운 부대에 근무하기 위해, 또 하나뿐인 딸의 육아를 위해 보직 관리를 신중하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현재 부부는 나란히 텍사스주에 위치한 부대에 근무하고 있다. 다만 로라가 이끄는 북부육군 사령부와 제임스의 근무지인 미래전략사령부 간의 거리는 80마일(약 129km)가량 떨어져 있다. 장군이 된 지금도 젊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부가 함께 긴 시간을 보내는 건 힘든 일이다.

 

“저희 같은 부부 군인들한테 가능한 한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계급이 올라가면 함께 지내기 힘들거든요. 군대에서 부부의 계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부부가 함께 있긴 어려워지죠(The higher you go in the service, the harder it is to be together).”

 

딸 하나를 둔 로라와 제임스 부부가 이사를 할 때 반드시 지킨 원칙이 있다. 보육 서비스 제공처로부터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집을 얻고, 평소 부부가 지역사회와 끈끈한 관계를 맺은 다음 그를 바탕으로 딸을 스포츠 같은 지역사회 활동에 열심히 동참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부에게도 넘기 힘든 시련이 닥친 시기가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3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을 들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다. 작전명 ‘이라크의 자유’(Operation Iraqi Freedom)로 불린 이 전쟁에서 로라와 제임스 모두 일선 지휘관으로 전투에 참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10대였던 딸을 어떻게 할지 시급히 결정해야 했다. 결국 콜로라도주에 살고 있던 로라의 조부모가 임시로 증손녀를 맡아 기르기로 했다. 이 애틋한 사연은 2003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엄마가 전쟁에 갔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돼 미국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제는 30세가 된 딸은 진작 결혼해 분가했다.

 

“우리 부부는 리처드슨이란 이름의 한 팀(Team Richardson)이나 다름없어요. 다른 부부 군인들도 우리와 같을 겁니다. 우린 은밀한 사생활이 아예 없어요. 서로가 오늘 어디에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다 알고 있죠. 부부 중 한 사람이 밤 9시나 10시가 되어 집에 들어가도 (왜 늦었는지 아니까) 다 양해가 됩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