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의혁신리더십] 방탄소년단도 사랑한 구찌의 비결

‘리버스 멘토링’ 통해 젊은 감각 수용 / 한물간 브랜드 탈피 화려하게 부활

지금 글로벌 음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룹을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을 떠올릴 것이다. 지난해 8월 발매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란 곡은 ‘빌보드 200’ 차트에 아직도 올라가 있으며, ‘한국가수 첫 빌보드 1위’ ‘최단기간 1억뷰 돌파’ 등 수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로 전 세계 음악팬을 열광시키고 있는 BTS는 한 가지 흥미로운 별명을 가지고 있다. 구찌소년단이란 별명이다. 이는 이들의 식을 줄 모르는 구찌제품에 대한 사랑 때문에 생겨났다.

BTS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치 구찌의 패션쇼를 연상하게 할 만큼 7명 모두가 구찌의 점퍼, 바지, 셔츠, 신발 등을 착용하고 춤과 노래를 하는 모습이 시종일관 화면을 채운다. 멤버들은 개인 생활에서도 구찌제품을 애용해 구찌의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BTS의 엄청난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많은 패션브랜드가 영입하고 싶은 1순위인 이들의 선택을 받은 구찌. 최근까지만 해도 한물간 브랜드로 여겨진 구찌가 어떻게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을까.



밀레니얼세대들이 명품을 외면하면서 2014년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2%를 기록할 정도로 구찌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구찌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마르코 비자리는 가장 먼저 젊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30세 이하 직원과 그림자위원회란 그룹을 만들어 임원회의에서 논의됐던 이슈를 이들과 다시 토론하면서 젊은 소비자의 시각과 니즈를 파악하는 ‘리버스 멘토링’을 시작했다. 경험과 지식이 많은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멘토링이 아니라 후배가 선배에게 하는 멘토링이다. 또한 비자리는 젊은 직원과 정기적인 점심 모임을 갖고, 회사 문화나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몇 개씩 갖고 참석하게 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후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활용해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밀레니얼세대들은 모피를 부와 세련됨의 상징이 아니라 반윤리적인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젊은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작년 봄 시즌부터 모피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길 원하는 밀레니얼세대가 많다는 그림자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2017년 9월 ‘구찌 플레이스’라는 여행 앱을 론칭했다. 구찌와 관련된 세계 곳곳을 선정해 소비자가 여행하다 구찌 플레이스에 가까워지면 휴대전화로 알람을 보내고, 이곳의 배지를 모으며,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컬렉션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참여와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세대 소비자의 열광적인 반응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는 “구찌 팬들의 마음을 결합시킨 환상적인 플랫폼이다. 다시 한 번 구찌가 해냈다”면서 극찬을 했다.

비자리가 젊은 세대의 욕구와 트렌드를 적극 받아들이기 위해 실시한 리더스 멘토링은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구찌 매출의 55%가 35세 이하의 소비자에게서 나올 정도로 구찌 브랜드는 젊은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구찌의 매출은 작년 말 83억유로를 기록하며 매년 30% 이상 폭풍성장을 기록 중이다.

구찌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이 정체된 많은 회사가 지금 리버스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혹시 우리 회사의 매출 중 많은 부분이 젊은 소비자에게서 나온다면 리버스 멘토링을 고민해보자.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