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게 준 말 세 마리 모두를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정농단’ 사건 핵심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최순실씨의 2심을 파기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모두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건넨 뇌물 혐의와 횡령액이 2심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여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9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들 재판을 모두 다시 하라고 결정하면서, 말 3마리(34억1797만원)가 삼성이 지원한 뇌물이라고 최종 확정했다. 2016년 9월 비선실세가 개입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3년 만에 사법부의 최종판단이 내려졌다.
이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대금 36억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구입액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뇌물액수가 86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징역 20년 및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최씨의 2심 재판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역시 뇌물 혐의에 대한 분리 선고가 이뤄질 경우 형량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최씨의 행위에 대해선 강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뇌물 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액과 횡령액을 재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건호·유지혜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