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9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겼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놓고 여야가 대립 중인 가운데 선거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되면서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정개특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안건조정위원회 조정을 거친 선거법 개정안(정의당 심상정 의원 대표 발의)을 재석 위원 19명 가운데 찬성 11명으로 의결했다. 한국당 의원 7명과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표결 처리에 반발하면서 기권했다. 법안 의결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몸싸움은 되풀이되지 않았다.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4월30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합의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121일 만에 소관 위원회 심사를 마무리하고 법사위에 넘겨지게 됐다. 법사위에 넘겨진 선거법 개정안은 최대 90일간 체계·자구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후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최대 60일이 걸린다. 다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안이 부의되자마자 상정한다고 가정하면 60일 전부를 줄일 수 있다. 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선거법 개정안은 이르면 11월27일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이 가능하다. 다만, 한국당이 정개특위 의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 등을 할 예정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날치기’라고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날치기 강행으로, 좌파독재 야욕에 의해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가 짓밟혔다”며 “앞으로 패스트트랙 절차 진행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협상은 없을 것이고, 다른 국회 일정은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국 구하기’에 혈안이 된 민주당과 이에 야합하는 정의당이 만들어낸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당에선 잠시 유보했던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이콧과 의원직 총사퇴 카드 등을 꺼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비례대표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은 국민의 명령이었고 단호한 국민의 의지였다”며 “한국당 쪽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개선안을 내놓고 협상에 나오면 충분히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이달 말까지 법안 논의를 한 차례도 하지 못한 채 문을 닫을 것으로 보여 계류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도 법사위로 넘겨질 전망이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