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기면서 선거제 개편안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후 첫 관문을 넘었다. 당장 여야 4당이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법안을 처리하면서 한국당의 반발로 정개특위 이후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국회 상임위 등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정국 경색의 방아쇠가 당겨졌다는 평가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도 최종 통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례제 확대의 특성상 거대 양당에 불리해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정당 내부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서다.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법사위로 넘겨진 선거법 개정안은 법사위 위원장을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맡고 있어 법안에 대한 깊이 있는 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따라서 법적으로 규정된 90일간 별다른 논의 없이 시간만 보낼 가능성이 크다. 선거법 개정안은 법사위를 떠난 뒤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 부의 후 곧바로 상정할 수 있어 오는 11월27일 본회의 표결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안대로라면 지역구 의석이 크게 줄면서 본회의 표결에선 대안정치연대나 평화민주당 등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조차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아울러 법사위 최장 90일과 본회의 자동 부의 60일을 합쳐 150일 내에 한국당이 선거법 개편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정개특위는 앞서 이날 오전 시작부터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거친 언사가 오갔다. 민주당 소속 홍영표 정개특위위원장이 전날 안건조정위에서 의결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선거제 개혁안을 상정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 처리는 망나니 짓” “날치기” “민주당은 독재당” 등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4월처럼 격렬한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인신공격 등 말로 할 수 있는 온갖 공세가 펼쳐졌다. 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홍 위원장은 친일 자손이기 때문에 회의 진행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이냐”라며 “우리한테 친일파, 토착왜구라 할 때의 느낌은 어떠한가”라고 감정적 도발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망나니 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역사 앞의 죄인들”이라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위원장석 앞에 서서 “국회에서 언로를 막고 있다”며 목청을 높이다가 손에 들고 있던 국회법 해설서를 위원장석으로 던지기도 했다.
정개특위가 표결에 돌입하기 전에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 20여명은 정개특위 회의장에 몰려와 “날치기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홍 위원장에게 “경호권을 발동해달라”고 요구했다.
홍 위원장은 곧바로 ‘기립투표’ 방식의 표결을 강행해 민주당 의원 8명과 바른미래당 김성식, 정의당 심상정, 무소속 이용주 의원 3명 등 11명의 동의를 얻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4월30일 패스트트랙 지정 후 121일 만으로 법적으로 보장된 논의 기한(180일)보다 59일 단축한 셈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