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때에는 바(Bar) 문화를 무척 좋아했다. 바텐더의 마술 같은 칵테일을 즐길 수 있고, 멋진 아이스 커팅에 무엇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문을 하면 가벼운 위스키 샷으로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상큼한 가벼운 칵테일로 마무리를 했다.
바 카운터에 앉아 위스키를 주문하면 항상 같은 질문을 받았다. “스트레이트(독한 위스키 그대로 마시는 것)와 온더록스(얼음 탄 위스키 잔) 중 어떻게 마시겠습니까?” 스트레이트로 주문할 경우 ‘샷잔으로 제공할지, 올드패션드(동그란 넓은 잔)로 마실지’도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늘 온더록스을 주문했다. 얼음이 녹으며 또 다른 향을 내기도 하고, 또 얼음이 녹는 소리도 좋아했다. 갈증도 풀어줬다. 그런데 온더록스(On the Rocks)란 말은 어디서 유래한 말일까? 직역하면 ‘바위 위에 뭔가를 올린다’는 의미다. 왜 이 말이 위스키와 얼음의 조합으로 굳어진 것일까?
온더록스의 진짜 뜻은 좌초다. 영국에서 쓰였던 단어로 암초 위에 올라간 배를 뜻하는 것. 더 이상 배를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 좌절을 표현하는 단어로도 쓰였다. 그런데 이 단어가 미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였다.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던 19세기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에 록스는 단순히 돌이 아닌, 광부들끼리 서로 통하는 고귀한 광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된다. 바로 다이아몬드.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