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후 빈부격차 심화 / 최저임금·주52시간·탈원전 등 / 급진적 정책 파생효과 간과 / 부작용 최대한 예견 정책설계를
최근 각종 매체를 달구고 있는 현안으로 국제관계 분야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국내정치 분야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 관련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보다 관심은 덜 했지만, 민생에는 좀 더 직접 관련이 있는 경제사회 분야 이슈도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래 소득계층 간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통계청 발표가 그것이다. 최하위 계층인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상위 계층의 소득 증대에 비해 낮거나 심지어 마이너스의 성장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영업 부진으로 인해 2, 3분위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1분위로 추락’하는 문제도 포함됐다. 집권 이후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면서 ‘포용’ 개념을 통해 나름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국정과제가 바로 소득격차 해소다. 그런데 오히려 계층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포용국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두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자 다런 아세모글루와 하버드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라는 공저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우리에게 흥미로운 것은 두 학자가 분단 이후 남북한의 ‘운명을 가른’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경제와 정치에서 미국처럼 ‘포용’을 제도화했는가, 아니면 소련처럼 ‘배제’를 제도화했는가가 두 체제의 발전 차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경우 ‘포용’은 다양성의 허용 여부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포용’의 또 다른 의미 하나는 오늘날 국제기구들이 권장하는 정책기조다. ‘포용성장’을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사람에게 좀 더 많은 기회와 번영의 결실을 균등하게 나누고 제공함으로써 편익을 제공하자는 것’으로 정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가 그 예다. 이 경우 ‘포용’은 20세기 이래 시행돼 온 혼합경제의 큰 틀 속에서 성장과 분배를 균형 있게 도모하자는 의미다. 그러면 분배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아우르자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마디로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포용정책은 비교론적으로 볼 때 그다지 급진적인 것 같지는 않다.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지금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26개 국책연구기관을 관리하는 성경륭 이사장의 포용국가 세미나 기조발표가 이를 입증한다. 그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기조가 장기적으로는 OECD 회원국 평균을 지향하되, 우선은 신자유주의와 유럽 복지국가의 중간쯤이라고 했다. 그 얘기는 북한 같은 인민민주주의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광의의 자유민주주의의 일부인 사회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북유럽 국가보다도 덜한, 중도 좌파 정도의 정책을 지향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매우 급진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나는 지지층 가운데 급진적 변화를 선호하는 집단에 어필하기 위해 일부러 급진성을 프레임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책을 추진하면 그것이 마무리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파생 효과를 가져오는 ‘환류’(Feedback) 현상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올리기, ‘노동시간’ 줄이기, ‘4대강보’ 없애기, ‘탈원전’하기, ‘강사 처우’ 개선하기 등에는 하나같이 필연적으로 파생 효과들이 따라붙는다. 이것이 문재인정부가 표방하는 선의의 정책목표를 상쇄하고도 남는 부작용으로 환류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다원화된 나라라면 이처럼 다양한 환류 현상은 이해당사자의 고른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보완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원성이 턱없이 부족하거니와 이런 정책과정은 ‘빨리빨리’에 친숙한 국민과 ‘5년 단임’의 마음 급한 위정자들이 만족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점진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에 국책 연구원의 분석가들로 하여금 정책과정에서 빚어질 환류를 최대한 예견토록 해 그에 대한 대책까지 반영된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해야 한다. 후기산업화 및 후기민주화 시대의 복잡한 국정 생태계에서 정책이 빚어낼 갖가지 환류 현상을 전문가적 사고와 지혜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동태론(System Dynamics)’을 활용하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