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스타 중 한명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졸지에 여권의 찬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 윤 총장은 다른 여권 스타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주변을 파헤치는 바람에 여권으로부터 "우리 윤 총장"에서 두달여만에 "오버하는 것 아냐"는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반면 얼마전만 해도 윤석열의 칼을 두려워 했던 자유한국당은 '역시 윤석열'이라며 보물대접에 한창이다.
◆ 이낙연 "검찰, 자기 정치하겠다는 건 오버"· 유시민 "尹과 검찰 심한 오버· 악당의 저질 스릴러"
윤 검찰총장을 향해 문재인 정부 공식 2인자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친노·친문 핵심 유시민 노무현 재단이사장이 입을 맞춰 "오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리는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은 오직 진실로 말해야 한다"며 "검찰이 자기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검찰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 발언은 검찰이 자기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수사 기밀을 유출하고 있다'는 범여권내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달 29일 유튜브 채널인 '알릴레오'를 통해 "(검찰) 충정은 이해하나 압수수색은 혐의가 드러날 때 하는 것으로 (조 후보자 주변) 압수수색은 심한 오버였다"며 "이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조 후보자를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다"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윤석열 총장과 검사들의 의도를 모르겠다"면서도 "악당들은 주인공을 제압 못할 때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 이쯤에서 네가 안 물러나면 가족을 건드릴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으로 저질 스릴러다"고 검찰을 '악당'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 박상기 법무 "曺 압수수색 사전에 보고했어야", 尹이 수사지휘권 실현 기회 안줬다 불만· 이해찬 "나라 어지럽혀"
법적으로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 답변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압수수색) 보고를 하고 장관은 수사를 지휘하는 게 논리에 맞다"며 "(사전에 윤석열 총장이) 보고를 했어야 한다"고 이를 생략한 윤 총장을 겨냥했다.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라고 강조한 박 장관은 야당 의원이 '사전 보고를 하면 압수수색의 밀행성이 보장될 수 있는가'고 묻자 "그럼(보고치 않는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어떻게 실현되겠느냐"고 반문, 만약 보고를 받았다면 '압수수색 불허'로 수사지휘할 가능성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관계기관과 전혀 협의를 안 하는 전례없는 행위가 벌어졌고, 이 점이 오히려 더(지소미아보다)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며 윤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한국당, 검찰 압박하는 척하면서 "수사로 모든 걸 밝혀달라" 당부
그동안 정부 정책과 정권 핵심들을 물고 늘어졌던 제1야당인 한국당은 검찰을 나무라는 척하면서 '수사로 조 후보자를 낙마시켜 달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5일 황교안 대표는 "조국의 실체를 분명히 아실 수 있도록 내일 청문회에 당력을 집중해 나가도록 하겠다"라면서도 "국회인사청문회와 별개로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펼쳐야 할 것이다"고 부드럽게 주ㅠ장을 넣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검찰은 여전히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 조국 후보자, 피의자 전환 및 직접수사 미루면 미룰수록 ‘눈치검찰’ 소리 듣는다"고 부드럽게 검찰을 비판하면서 "어제 동양대 총장이 검찰에 소환, (조 후보자 부인인) 정경심 교수 신분은 피의자로 전환, 표창장과 인턴 증명서 위조 등 상상할 수 없는 위조 정황이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고 검찰 활동을 흐뭇하게 소개했다.
◆ 두달전 유시민 "윤석열 논란,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 3년전엔 "朴 정권서 쫓겨난 분" 적극 두둔
불과 얼마전만 해도 여권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폐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구할 인물'로 추켜 세웠다. 여권 내부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윤석열 총장의 뚝심이 마음에 걸린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윤 총장을 개혁 선봉장으로 올리는 일에 여권 전체가 나섰다.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7월 12일 자정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법으로 문제가 없으며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관련 법까지 들고 나왔다. 유 이사장이 말한 법은 '변호사법 36조와 37조'로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 중인 법률 사건이나 직무상 관련 있는 사무의 수임에 관해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직원에게 소개, 알선 또는 유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윤 총장이 직접 관련된 사건이 아님을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2017년 5월 방송 대담 프로에서도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하다가 상부 허락도 안 받고 체포 영장을 집행해서 쫓겨났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발탁돼 돌아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했다"고 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을 잡아넣은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 이 사람이 그 전에 보면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였던 강금원 회장을 다 이 사람이 집어넣었다"고 윤 총장을 정의의 사도라고 극찬했다.
◆ 석달전 한국당 "윤석열, 권력실세 아닌 적폐수사 올인할까 우려된다"며 결사 반대
지난 6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하자 한국당은 결사 반대에 나섰다.
한국당 반대 이유를 잘 알 수 있는 것은 6월 22일자 논평이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보낸)인사청문 요청사유서에는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난 정권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고 철저하게 지휘했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문 정부 검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지난 정권 수사뿐인가"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은 "전 정권 수사만이 검찰의 임무가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하는 모습이다"라며 "승진에 눈이 먼 사법 권력이 윤 후보자를 보며 정권의 코드에 맞추려 노조가 무너뜨린 법질서는 모른 채 외면하고 지난 정권 수사에만 올인 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당은 강골 윤 총장이 적폐청산을 앞세워 패스트트랙 고발자 수사 등으로 자신들을 낭떠러지로 떠밀 경우 뽀족한 수가 없기에 '윤석열'을 꺼려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JT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