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어서 더 우려가 된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관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원하는 북한 입장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의 사이가 벌어지는 계기로 작용될 수 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반대) 입장은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조지프 디트라니(사진) 미국 미주리주립대 교수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다자간 안보협의체인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을 계기로 세계일보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와 미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을 역임한 한반도 전문가인 그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 정부 관계자들의 잇따른 유감 표명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런 답변은 같은 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과도 일치한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를 제일 기뻐하고 박수 칠 나라는 어디냐”는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 질문에 “북한이나 중국이나 러시아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디트라니 교수는 ‘지소미아가 없어도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ISA)을 통해 북한 관련 정보교류가 가능하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에 대해 “정보 공유는 가능하겠지만 즉각성, 신속성, 민감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서울안보대화에 토론자로 나서 돈독한 한·미 관계 유지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유지를 통해 6자회담 때처럼 ‘한 팀’(One Team)을 만들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 디트라니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폐기 결정을 내렸다는) 내 발언은 아직 유효하다”며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안전보장과 관계 정상화, 경제 개발의 길로 가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지연되고 있는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서는 “북한에는 경제 개발과 핵보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고 생각하는 강경파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북·미 대화 진척을 위해서 내놓을 추가적 유화책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김 위원장의 약속 이행을 주문했다. 디트라니 교수는 올해 이전엔 양국 대화가 복원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올해가 가기 전에 최소한 한 번은 북·미 실무협상이 이뤄져야 하고, 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