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A씨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자주, 많이 마시곤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주를 시작해 대학생이 되자 횟수가 잦아졌고, 취직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술 마시는 날이 더 늘어났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로 출근을 안 해 직장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 등 술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는 ‘1020’세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환자 수는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전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는 최근 감소 추세다. 2014년 환자는 7만7869명으로, 4년 새 4.1% 감소했다. 연평균 감소율 1.03% 수준이다.
그런데 29세 이하에서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0∼19세 환자는 2014년 1582명에서 지난해 2011명으로, 27.1% 증가했다. 20∼29세 환자도 같은 기간 5234명에서 6607명으로 26.2%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여성 환자 증가율이 높다. 0∼19세 여성 환자는 601명에서 938명으로 87.2%나 늘었다. 20∼29세 여성 환자 증가율도 26.4% 수준이다. 남성 환자 증가율은 0∼19세 9.3%, 20∼29세 26.1%다.
1020세대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증가는 상승세를 보이는 음주율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중 19~29세의 월간음주율(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을 보면 2012년 66.6%에서 2017년 70.5%로 높아졌다.
1020세대 외에는 60세 이상 고령층 환자 증가도 눈에 띈다. 2만25명에서 2만1834명으로 9% 증가했다. 80세 이상 환자 증가율이 34%로 가장 크다. 고령층은 술을 마신 뒤 집중력이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면 알코올성 치매를 걱정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환자 7만4702명 가운데 남성이 5만7692명, 여성 1만7010명으로, 남성 환자가 3.4배 많았다. 50대가 26.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40대가 20.4%로 뒤를 이었다. 여성은 40대가 22.8%, 남성은 50대가 28.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덕종 교수는 “알코올 사용장애는 만성적인 뇌 질환으로, 방치하면 뇌 기능 저하, 알코올에 대한 뇌의 의존성 심화 등이 나타나기에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