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에 남녀가 느끼는 성 평등 체감도가 여전히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성평등 명절 체감 점수는 여성 평균이 44.05점으로 남성이 매긴 평균 67.13점과 20점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올해 설 연휴 기간(2월 1∼11일) 시민 204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통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 체감도는 49.6점이었다. 개인마다 체감도 차이도 컸다. 0점을 준 사람은 129명이었고, 100점을 준 사람은 80명이었다. 한편으로는 변화의 조짐도 감지됐다. 응답자의 63.5%(1298명)는 명절에 성 평등 사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명절 음식 준비·운전·집안일 나누기가 867명(66.8%)으로 가장 많았고, 시가·처가 방문 순서 평등하게 하기(297명, 22.9%)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외식하기, 남녀같이 절하기, 아들딸 구별 없이 세뱃돈 똑같이 주기 등이 성 평등 경험 사례로 꼽혔다. 한 40대 여성은 평등한 명절 사례로 “명절 음식을 나눠 준비하고 운전도 휴게소 구간별로 번갈아 했다”고 답했다. 다른 40대 남성은 “저희 집은 여자도 직접 향을 피우고 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음식은 여자만 하고 절은 남자만 한다”, “식사를 할 때 겸상을 하지 않고 성별 따로, 남자 쪽에는 반찬을 많이 여자쪽에는 간단히 상을 차려 먹었다”, “며느리라 앉아보지 못했다” “며느리인 나는 4일 내내 음식 준비며 차림을 하는 동안 남편은 휴식과 식사만 하였다” 등 불평등한 명절을 보내는 사례도 여전했다.
응답자들은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등의 호칭을 어떻게 바꿔보고 싶느냐’는 질문에 ‘이름’(∼씨, 님)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름으로 부르는 것 외에 동생, 삼촌, 이모 등으로 부르자는 의견도 있었다.
설문 참가자 중 여성은 76%, 남성은 24%였다. 기혼자는 63%, 비혼자는 37%였다. 재단은 이번 추석에도 성 평등 체감 점수와 사례에 관한 시민 의견조사를 진행한다. 조사는 11∼18일 재단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