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엔 대화 南엔 발사체…北 노골화적인 ‘통미봉남’

최선희 ‘새로운 계산법’ 협상조건 제시 / 트럼프 “만남 갖는 것은 좋은 것” 화답 / 이달 하순 북·미대화 재개될 가능성 / 北 발사체 2발 발사… 올해만 10번째 / 南엔 도발 지속… 韓 입지 점점 줄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10일 오전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해 벌써 10번째 발사체 도발이다. 미국과 협상을 하되 한국과는 거리를 두는 ‘통미봉남’(通美封南) 노선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6시 53분경, 오전 7시 12분경 북한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30㎞로 탐지됐다. 사진은 지난 8월 16일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미 대화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전격 제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급진전되는 양상이다. 양쪽이 적극성을 보인다면 이달북한의 대미 협상 핵심인 최 부상은 9일 밤 11시30분 발표된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최 부상은 담화문에서 ‘새로운 계산법’을 협상조건으로 제시했다. 비록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대화 의지를 밝힌 것 자체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한의 ‘9월 하순 대화’ 제안에 대한 질문에 “북한과 관련해 방금 나온 성명을 봤다”며 “그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나는 늘 ‘만남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 후 미국은 실무협상 개최 제안에 불응해온 북한을 향해 최근까지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특히 비핵화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6일 미시간대 강연에서 북·미협상 실패 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국가 내에서 핵무장론이 부상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북한 비핵화 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 언급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들었다.

 

북한은 미국에 대화의 제스처를 취한 것과 달리 한국과는 불편한 긴장관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최 부상이 미국에 대화를 전격 제의한 지 불과 수시간 만에 발사체 도발을 감행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6시53분경, 오전 7시12분경 북한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330㎞로 탐지됐다. 지난달 24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를 쏜 지 17일 만의 발사체 도발이다.

북·미협상에 있어 주한미군 감축 등 안보 현안까지 걸린 형국이지만, 양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통미봉남은 북한의 기본기조”라며 “연말이 지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도 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밤에는 대화 메시지, 새벽에는 군사도발을 함께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형준·이정우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