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윤석열 배제한 수사팀’ 제안 논란 [조국 임명 후폭풍]

曺 취임 후 대검에 ‘강원랜드 방식’ 추천 / 尹 두 차례나 거절… 檢 “수사 압력” 지적 / 尹 “정치엔 관심 없다… 중립성 지킬 것”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팀 구성을 제안했으나 윤 총장이 두 차례나 직접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법무부 쪽에서 전날 조 장관 취임 직후 대검찰청에 윤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별수사팀을 꾸리자는 제안을 했다”며 “윤 총장이 직접 두 차례에 걸쳐 법무부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 취임에 맞춰 법무부가 수사팀 흔들기를 노린 수사외압 행사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법무부가 총장이 없는 수사팀을 따로 꾸리자는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법무부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강원랜드 특별수사단 방식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총장은 당시 별도의 수사 지휘도 하지 않고, 구체적인 수사 상황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윤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사실을 놓고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문자공지를 통해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 교환이었을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된 사실은 없다”고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섰다. 조 장관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이러한 시도 자체를 지나친 수사 개입으로 보고 반발하는 기류다. 윤 총장이 지휘하는 수사 선상에 오른 조 장관이 사실상 압력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온 사람이 윤 총장”이라며 “조 장관은 수사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뒤에서 수사를 조종하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전날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대검 간부들과 점심 자리에서 “나는 정치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다”며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오히려 부패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나는 헌법주의자”라며 “중립성을 지키면서 본분에 맞는 일을 하면 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지난 6일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나는 검찰주의자가 아니라 헌법주의자”라는 뜻을 강조했다. 윤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이 조 장관의 검찰개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한 사실상의 반박으로 해석된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 장관과 윤 총장의 만남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 검찰총장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이후 따로 만나는 것이 관례였다.

정필재·김건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