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후임으로 주목받는 비건과 맥매스터 [특파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10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전격 경질하면서 그의 후임자가 누가될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인물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비건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밑에서 북·미 협상을 총괄하고 있다. 맥매스터는 볼턴의 전임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로 쫓겨났었다. 

 

뉴욕 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비건 특별대표가 볼턴 후임자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NYT는 “비건이 대북정책특별대표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의 충돌을 직접 목격해온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을 겨냥해 ‘매력 공세’를 시도했으나 볼턴이 대북 강경책을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고 NYT가 지적했다.

 

NYT는 “비건이 볼턴과 같은 굵직한 아이디어가 있는 인물이라기보다 능력 있는 테크노크래트”라며 “비건이 볼턴보다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더 긴밀하게 연대해왔다”고 전했다. 비건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미사일 능력 강화 증거를 무시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NYT가 강조했다.

 

비건은 올여름에 존 헌츠먼의 뒤를 잇는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이 자리는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에게 돌아갔다. 비건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고, 부시가 텍사스에 있는 별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낼 때 부시에게 일일 브리핑을 하기도 했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볼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쫓아낸 인물이다. 그는 현역 육군 중장 신분으로 트럼프 정부의 두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이 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대외 정책을 견제할 수 있는 ‘어른들의 축’의 일원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맥매스터는 러시아가 트럼프가 당선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발언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유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 측과 공모했다는 의혹으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받아왔었고, 야당인 민주당의 거센 공세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부터 맥매스터에게 전화를 걸어 각종 정책적 조언을 구했다고 NBC방송이 10일 보도했고, 뉴욕 타임스도 이 보도가 사실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볼턴 보좌관을 임명한 지 6개월쯤 지난 시점부터 볼턴을 신뢰하지 않고, 전임 참모진과 소통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그립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NBC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에 대한 이런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이 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봄 통화에서는 당시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 대행을 장관으로 공식 임명할지 고심했고, 맥매스터 전 보좌관에게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이 충돌했던 이란 정책과 관련해서도 맥매스터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통령이 현직 보좌관을 배제한 채 전임자와 대외 정책을 협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볼턴의 전임자였던 맥매스터가 볼턴의 후임으로 재등판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그러나 트럼프와 맥매스터의 불편했던 과거 관계를 고려할 때 맥매스터 재기용 가능성은 0%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비건 특별대표와 함께 폭스뉴스 객원 해설위원인 예비역 육군 대령 더글러스 맥그리거가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맥그리거는 최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회동하기도 했다고 WP가 전했다.

 

CNN은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 리키 와델 전 NSC 부보좌관, 비건 대표, 멀베이니 대행의 국가안보보좌관인 롭 블레어,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 대사, 피터 훅스트라 네덜란드 주재 미 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키스 켈로그, 맥그리거, 잭 킨 전 미 육군 참모차장, 볼턴 보좌관의 비서실장 출신인 프레드 플라이츠 등 10명 이상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그리넬 대사, 훅 대표, 비건 대표, 훅스트라 대사, 블레어 보좌관 등 5명을 후보자로 꼽았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