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볼턴 축출… 최대 승자는 김정은? [특파원+]

CNN "대선전 나선 트럼프, 외교적 승리 갈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쫓은 이유로 그가 북한 핵 문제에 대응하면서 북한과 마찰을 빚은 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선 핵 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볼턴이 언급함으로써 북·미 협상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이 ‘기피 인물’로 지목한 볼턴을 쫓아낸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 선거전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물을 찾으려고 북한과 조기에 핵 문제를 타결하려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언론은 볼턴 축출의 최대 승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날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적인 리얼리티쇼를 무효로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떠나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볼턴의 퇴장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보다 비둘기파적인 본능을 마음껏 표출할 자유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더 충동적이고 덜 전략적으로 될 것이고, 지난 6월 말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과 같은 상징적 이벤트를 연출하는 데  좀 더 주력할 것이라고 CNN이 분석했다.

 

CNN은 ‘협상의 달인’을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장담했던 외교적 성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2020년 대선전에 나서면서 외교적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앞서 껍데기뿐이더라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북한 등에 관한 일련의 합의에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번 볼턴 보좌관 경질이 사실상 북한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을 이간질하려고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때맞춰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거부해온 북·미 실무협상을 이달 말에 재개할 수 있다고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볼턴 경질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김정은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을 때 일종의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고,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면서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고, 그것은 우리가 차질을 빚게 했다”고 북·미 협상 지연의 책임을 볼턴에게 돌렸다. 트럼프는 볼턴에 대해 “나보다 불필요하게 더 강경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리비아 모델에 대해 언급했을 때 매우 심하게 차질이 생겼고, 그가 잘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자마자 이 무슨 재앙이냐”라며 “리비아 모델로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면 그(볼턴)가 북한과 협상하면서 그것(리비아 모델)을 이용하고 있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 후에 김정은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면서 “그(김 위원장)는 존 볼턴과 함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그런 말(리비아 모델)을 하는 건 터프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못함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리비아 모델 언급이 경질 사유라고 설명한 것은 기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2018년 4월이다. 그 이후 16개월 이상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볼턴을 경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WP가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북핵 협상 결렬의 책임을 볼턴에게 돌리려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의 퇴장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대북 협상을 총괄해온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징적인 외교적 업적을 안기려고 북한과 과감한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