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운명이 결국 헌법재판소에 맡겨지게 됐다. 보수 성향 변호사와 예비역 장성들이 추석 연휴 직후 “문재인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헌재에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일 지소미아 없으면 국민 생명권 위협"
13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등 보수 단체들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종료한 직후인 오는 16일 헌재에 지소미아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소미아가 효력을 잃으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국민의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생명권이 커다란 위협을 받게 되므로 헌법 위반”이란 논리를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문재인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라 이 협정은 오는 11월22일이 지나면 효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한마디로 11월22일이 ‘데드라인’인 셈이다. 앞서 미국은 한국에 ‘11월22일 이전에 생각을 바꿔 원래 상태로 돌려놓길 바란다’는 취지의 간곡한 권고를 한 바 있다.
한변과 대수장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헌재의 헌법소원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문재인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낼 방침이다.
◆진보 성향 법조인들이 장악한 헌법재판소
한변과 대수장 관계자는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한국 정부 대신 ‘문재인정부(Moon Administration)’라는 표현까지 쓰고 ‘주한미군의 목숨이 위협을 받는다’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실망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도 없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은 사실상 지소미아를 중도에 파기한 것으로서 헌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가 연휴 이후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해 심리에 들어가면 한·일 지소미아가 한변이나 대수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국민의 생명권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부터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 헌법소원이 성립하려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 같은 정부의 공권력 행사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직접 영향을 받았거나 받고 있음이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헌재는 재판소장과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현 문재인 정권 들어 임명된 이들이다. 상당수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같은 진보 성향 단체 출신인 만큼 ‘위헌’보다는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각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수 진영 "재판관들 대북관 너무 낙관적"
실제로 헌재는 앞서 한변과 대수장이 “지난해 한국과 북한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각하 판정을 내렸다.
9·19 군사합의는 ‘남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일체의 군사연습을 중지한다’ 같은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한국은 이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신형 대구경 방사포를 잇따라 발사하는 등 사실상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앞에서 한국을 말 그대로 ‘무장해제’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헌재는 “헌법소원 청구인들이 그(9·19 군사합의)로 인해 생명권 등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며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최근 사건을 각하했다. 이에 한변과 대수장은 “일반 국민의 우려와 달리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북관에 기인해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했다”고 헌법재판관들을 성토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