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처럼 프로야구 LG 카를로스 페게로(32)의 기세가 무섭다. 토미 조셉의 대타로 입단해 지난 7월부터 KBO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페게로에게 류중일 감독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였다. 조셉이 채우지 못했던 타격 공백을 메워주는 것. 하지만 7월 16일부터 경기에 뛰기 시작한 페게로의 7월 타율은 0.292을 기록했고 8월 타율은 더 떨어진 0.255였다. 장타를 기대하고 뒤늦게 데려온 외국인 타자가 예상보다 오래 잠잠하자 그를 바라보는 벤치의 마음도 가볍진 않았다.
그런 페게로가 9월 들어서 물오른 타격감으로 중심타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9월 첫날 SK전부터 4타수 2안타 멀티 히트를 치더니 다음 경기인 3일 KT전에서도 3타수 1점 홈런 포함 2안타를 치며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홈런 소식은 뜸해도 9월 들어 지난 11일 한화전을 빼고는 매 경기 안타를 신고했다. 지난 14일 KIA전에서 3점포를 쏘아올린 페게로는 지난 15일 두산전에서도 2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비록 이날 이형종의 5타점 활약에 빛이 조금 바라기는 했어도 앞선 두 달에 비하면 확실히 타격감이 살아난 모습이다.
16일 수원 KT전에서도 페게로의 방망이는 경쾌한 타격음을 냈다. 유강남의 솔로포로 1-0으로 앞서가던 5회 1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페게로는 KT 투수 김민수의 3구를 받아쳐 우익수를 넘기는 홈런을 만들었다. 6회에는 선두타자로 나간 뒤 진루하지 못하고 1루에 묶여있던 구본혁을 2루타로 불러들이며 찬스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타점을 추가했다. LG는 페게로가 3일 연속 가동한 홈런 등에 기대 KT를 4-1로 손쉽게 잡고 4연승을 질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투수력은 좋으나 타선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LG로서는 페게로의 타격감이 살아난 만큼 가을야구에 나서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반면 KT는 NC가 이날 경기를 쉬었음에도 승차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5위에서 멀어지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