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돼지고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자 돼지고기 값 급등을 노린 일부 양돈 도매상들이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 슈퍼 관계자도 “돼지고기 도매상들이 납품을 중단하거나 아예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국내산 돼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수입육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스페인·네덜란드·독일 등 유럽산 돼지고기를 주로 취급하는데, 최근 유로화 환율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여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줄곧 1300원 아래에서 가격을 형성하던 유로화 환전 고시 환율은 18일 현재 1318원까지 상승했다.
식품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 업체 관계자는 “ASF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산 돼지고기 원가가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며 “만두나 햄 등에 들어가는 수입육 비율을 높여 원가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 돈육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ASF 사태가 지속되면서 올해 국제 돈육 시세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인데, 국제 돈육 시세는 국내 식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 풀무원식품, 동원F&B 등 국내 식품기업들은 국산과 외국산을 섞어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현재 전염병이 발생한 파주, 연천 등 경기 북부지역의 돼지 사육 마릿수가 전국의 10% 미만일 뿐 아니라 현재 돼지고기 공급량이 넉넉해 이번 발병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