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외에 술로 만드는 과일은 뭐가 있을까? 서유럽의 경우 포도 다음으로 사과를 술로 많이 만들어먹곤 한다. 뜨거운 태양빛이 있어야 하는 포도와 달리 사과는 연평균 섭씨 8∼11도 정도의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지중해와 멀리 떨어진 대서양기후의 스페인 서북부와 북유럽에 가까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사과술을 많이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과술의 이름이다. 스페인은 시드라(Sidra), 프랑스는 시드르(cidre), 그리고 영국으로 가서 사이더(Cider)가 되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청량음료 사이다의 어원이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이 시드르를 증류한 세계적인 사과 브랜디가 있다. 오크통에 2년 이상 숙성해야 하며, 서양 배도 원료로 사용하는 이 술의 이름은 칼바도스(Calvados). 노르망디 칼바도스 지역 이름을 따 붙여진 이름이다. 색과 디자인을 본다면 마치 사과로 만든 위스키와 같은 느낌이랄까? 이 칼바도스 중에서 신기한 제품을 하나 발견했다. 병 속에 사과가 들어있는 제품이었다. 제품명은 ‘라 폼 프리조니에(La Pomme Prisonniere)’. 프랑스어로 ‘갇힌 사과’라는 의미다.
병 입구가 좁은데 어떻게 이 큼지막한 사과가 들어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과를 작게 자른 뒤 다시 붙였을까? 아니면 병을 반으로 쪼갠 뒤 사과를 넣은 것인가? 둘 다 틀렸다. 사과는 다시 붙인 자국 하나 없으며, 반으로 쪼갠 병을 다시 붙이기에는 열기가 너무 강해 사과색이 남을 수가 없다. 도대체 그럼, 어떻게 이 큰 사과를 병 속에 넣었단 말인가?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