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 장관 임명 반대여론은 추석 연휴 이후 더욱 늘어났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를 실시해 19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43.8%(매우 잘함 26.2%, 잘하는 편 17.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주보다 3.4%포인트 내린 수치로, 기존 최저치(44.9%, 올해 3월 2주차)를 경신한 것이다.
반면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전주대비 3.0%포인트 오른 53.0%(매우 잘못함 41.1%, 잘못하는 편 11.9%)로 취임 후 최고치를 찍었다. 긍정과 부정 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9.2%포인트로 벌어졌고 이 또한 취임 후 최대치다. 지지도 하락은 조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확산에 따른 것이라고 리얼미터는 분석했다.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부정여론도 긍정여론을 크게 앞질렀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또 다른 여론조사(504명 대상으로 18일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를 보면 조 장관 임명이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55.5%,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35.3%였다. 추석 연휴 직전인 9일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49.6%, 긍정평가가 46.6%였던 걸 감안하면 추석 후 부정여론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 하락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지역에 걸쳐 민심 악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은 서울(49.0%→40.9%), 광주·전라(71.2%→63.7%), 대전·세종·충청(49.5%→42.6%), 경기·인천(48.2%→43.3%)에서, 또 30대(60.3%→48.5%), 20대(48.7%→43.7%), 40대(60.0%→56.8%), 50대(45.1%→42.6%)에서 떨어졌다.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부정평가는 지역별로 부산·울산·경남(PK)에서 62.7%로 가장 높았다. 대구·경북(TK)과 경기·인천, 서울, 충청권 등에서는 50%를 모두 웃돌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의 부정평가가 65.8%로 최고였고 50대와 30대, 20대에서도 높았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이 38.2%로 1.3%포인트 떨어진 반면 자유한국당은 32.1%로 2.0%포인트 올랐다. 바른미래당은 0.8%포인트 오른 6.0%를, 정의당은 1.0%포인트 하락한 5.2%를 기록했다.
한국당은 조 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릴레이 삭발’ 등 강경투쟁을 시작한 이후 3주째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감행한 16일에는 일간집계 지지율이 36.1%까지 치솟았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후 한국당 최고 기록인 지난 5월 8, 9일의 34.8%를 경신한 것이다. 한국당 지지율은 중도층, 20대·30대·50대, 충청권과 서울·경기·인천에서 상승했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 측은 검찰의 구체적인 조 장관 가족 수사 내용에 대한 언론 보도 확산과 릴레이 삭발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았다.
야당은 조 장관을 겨냥한 공세의 고삐를 거듭 죄었다. 한국당은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이어 조 장관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카드까지 꺼내 대여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장관의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신청을 조만간 검토하고 제출할 것”이라며 “법무부의 온갖 직권남용이 벌어지는 지금 조국 파면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릴레이 삭발을 이어갔다. 김석기·송석준·이만희·장석춘·최교일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삭발 대열에 동참했다. 한국당은 이어 저녁에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20일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부산시당 주도로 출범한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의 첫 촛불집회가 개최된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불가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장관 가족사에 대해 검찰 수사를 앞질러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주장은 교통법규로 이야기하면 속도위반이고 불법 추월”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조 장관은 이날 민주평화당 ‘탈당파’인 대안정치연대 소속 박지원 의원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조배숙 원내대표를 연달아 만났다. 조 장관은 조 원내대표로부터 “사퇴의 용단을 내리는 게 순리에 맞다”는 쓴소리를 들어야했다. 그는 20일 취임후 처음으로 일선 검찰청인 의정부지검을 찾아 검사·직원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다.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전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소위에서는 검찰 예산을 법무부로부터 독립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법무부의 검찰 예산 편성권을 검찰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여야 대치전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준·장혜진·안병수 기자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