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렇게 익어가는 들판 위 옥수수 밭이 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삼나무는 바람이 힘에 겨운 듯 조금씩 흔들리고, 먹구름이 꿈틀대며 맑은 하늘을 시샘하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을 풍경을 생각나게 하는 고흐의 그림인데, 그가 자연 풍경 안에 자기 내면의 감정을 담아서 표현했다.
고흐는 신교국인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가족 대부분이 성직자였기에 어려서부터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는 19세기 말 과학문명의 발달이 종교나 도덕 같은 정신문화를 황폐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림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이 향하는 무한하고 영원한 것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려 했고, 그곳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겪는 고통과 번뇌와 갈등도 솔직하게 나타내려 했다. 그의 작품의 소용돌이치듯 구불구불한 선과 화려하지만 거친 붓 자국의 색들은 그런 배경을 갖고 있다.
고흐는 한때 고갱과 만나 작품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기도 했는데,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헤어진 후 정신적인 고뇌가 깊어졌고, 급기야 자기 귀를 자르는 신경증적 상태를 보여 생 레미의 정신병원으로 들어갔다. 이 그림은 그때 그린 작품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