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는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강의 시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매춘여성에 비교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최근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녹음본에 따르면 류 교수는 학생들과 일제강점기 관련 강의 내용을 논의하는 중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여성으로 지칭했다.
류 교수는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춘은 오래된 산업이고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며 "위안부는 일본 민간이 주도하고 일본 정부가 방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학생이 '위안부 피해자는 자발적으로 간 것이 아닌 강제 연행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박하자 류 교수는 "지금 매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 한 것인가, 부모가 판 것인가"라며 "살기 어려운데 조금 일하면 돈 받는다는 매춘 유혹이 있다. 예전에도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위안부 모든 여성이 자발적 매춘여성이라는 뜻인가'라는 질문에는 "지금 (매춘)일 하는 사람은 자발적인가. 자의 반 타의 반이다. 생활이 어려워서"라고 언급했다.
'매춘부와 과거 위안부를 동급으로 보는 것인가'라는 학생 질문에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류 교수의 이러한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부 매춘 여성과 마찬가지로 자발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좋은 일자리를 준다고 속여 위안부 피해자를 데려갔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류 교수는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그렇다. '매너 좋은 손님 술만 따라주고 안주만 주면 된다'고 말해서 접대부 되고 매춘을 시작한다"고 했다.
류 교수는 질문한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매춘) 한번 해볼래요. 지금도 그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매춘이 도덕적으로 잘못됐지만, 일본 정부에게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지금도 많은 국가가 매춘을 용인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공개적으로 홍등가 있는데 정부는 방치한다.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순수한 단체가 아니라며 위안부 피해자를 교육해 서로의 '기억'을 만들어 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그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옛 이름)이 개입해 할머니들을 교육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은) 해방 이후 쥐죽은 듯이 와서 살던 분들인데 정대협이 개입해 국가적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 거짓말을 받아들이고, 거짓을 확대 재생산해 (상황을) 악화하는가"라며 "(일본 욕하는 것을 환영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빨리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해당 강의에서 한 발언과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류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의 내용을 기자가 어떻게 아는 것인가"라며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류 교수의 강의 내용이 알려지자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배상을 받아야겠다. 완전히 허위사실을 많은 학생들 앞에서 그것도 교수라는 직책을 남용해 가르치고 유포하고 있다"며 해당 강의를 녹음한 학생이 있다면 제보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는 이번 일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필요할 경우 절차에 따라 처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류 교수가 강의에서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한 것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류 교수가 입에 담지도 못할 망언을 했다면서 일제히 연세대에 류 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 정당은 류 교수의 한국당 혁신위원장 경력을 거론하며 한국당에도 공세를 가했다.
한국당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면서 국민에게 유감을 표했다. 한국당으로 향할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천인공노할 짓으로 일본 극우 집단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망언 중의 망언"이라며 "과연 류 교수는 한국인이 맞는가. 사람은 맞는가. 류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하고 한국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류 교수는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사람"이라며 "한국당이 추종하는 우리나라 일부 몰지각한 보수 지식인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지금이 일제시대인가. 연세대는 일본대학인가"라며 "비싼 등록금을 내고 강의장에서 정신적 고문을 당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류 교수의 반국민적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류 교수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께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즉시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류 교수를 '정신적 살인자'라고 지칭하며 "'얄팍한 지식'과 '간악한 혀'로 일제의 만행을 용인한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며 "마루타도 '임상 알바'라고 말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가슴 아픈 역사 앞에 칼을 꽂는 막말을 보니 한국당 혁신위원장 출신답다"며 "즉각 파면이 답이다. 수치스럽고 혐오스러워 더는 논평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 극우 인사도 한꺼번에 하기 힘든 '망언 종합세트'로 연세대는 즉각 류 교수를 파면하라"고 촉구하면서 "이런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이 그동안 강단에 서왔고 심지어 한국당 혁신위원장까지 했다니 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평화당 이승한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류 교수의 망언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낀다. 지식인층이 잘못된 역사관으로 매국적 발언을 했을 뿐만 나라를 잃고 꽃다운 나이에 순결까지 잃은 위안부들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이라며 류 교수의 사죄와 교수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