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수사공보준칙(법무부 훈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검찰 포토라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정안은 피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포토라인’ 관행도 없애고 언론에 일정이 공개된 피의자는 수사기관과 협의해 출석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 공보준칙 개정 통해 포토라인 관행 개선 추진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보준칙 개정안의 골자는 형사사건의 수사 내용을 언론 등에 공개하지 못 하도록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칙’ 훈령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엔 ‘포토라인’ 관행을 없애고, 만약 검찰 출석 일정 등이 공개됐을 경우 수사기관과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무부 장관이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를 감찰 지시할 수 있도록 했다.
공보준칙 개정은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시행될 예정이다. 당초 법무부는 공보준칙 개정을 이른 시일에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외부 반발로 시행 시기를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의 공부준칙 개정안이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조 장관도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해 “일부에서 (형사사건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가족과 관련한 수사 때문에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개선은 관계 기관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치고 제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포토라인 개선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논란의 포토라인…1993년 정주영 회장 소환 계기로 신설
포토라인이란 피의자가 소환될 때 잠시 멈춰 수사기관 출입구 앞바닥에 테이프로 만들어 놓은 선을 일컫는다. 포토라인이 최초 등장한 계기는 1993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의 검찰 소환이었다. ‘초원복집 도청 사건’으로 고발된 정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자 취재진이 일시에 몰려들었다. 정 회장이 카메라에 찍혀 이마를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에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영상기자협회(당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가 포토라인 제정 논의에 들어갔고, 그해 12월 ‘포토라인 운영 선언문’을 만들었다. 2006년엔 한국인터넷기자협회까지 참여해 ‘포토라인 운영준칙’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포토라인을 두고 인권침해와 ‘범죄자로 낙인찍기’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재수 전 국가기무사령관은 수갑을 찬 채 포토라인에 선 뒤 목숨을 끊기도 했다. 공개소환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통상 포토라인 대상이 되는 공개소환은 공적인물로 한정되는데, 공적인물이란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월25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자와 검사가 상부상조하는 포토라인을 폐지하는 것이 내 지론”이라며 “누구를 언제 부르는지 언론에 미리 알리지 말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대검찰청에서 개선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인권보호 위해 폐지해야” vs “국민 알권리 침해 우려”
포토라인 존폐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도 팽팽하다.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포토라인이 당사자 인권을 침해하고, 그를 범죄자로 낙인찍는다고 지적한다. 반면 폐지 반대 측은 국민 알권리를 위해 포토라인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지난 1월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조언론인클럽이 공동주최하고 대검찰청이 후원한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찬반 주장이 맞섰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전통적인 언론자유 국가인 영국에서조차 보도의 자유보다 사생활 보호·개인의 인격권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며 “특히 스마트폰과 SNS 등 매체의 다변화로 인해 강력해진 전파력과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특성을 감안하면 보도윤리강령의 강화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고 강조했다.
송해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도 “무죄 추정의 원칙의 원칙이 있고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도 단지 피의자이고 혐의 사실 조사받을 단계에 불과하다”며 “(포토라인에 섰을 경우) 일반인들이 ‘저 사람은 유죄구나’란 심증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포토라인이 권력형 비리 등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를 감시하는 기능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는 “권력자나 재력가가 화려한 변호인단을 구성했을 때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혐의나 의혹을 받고 있는 유명인사들이 포토라인에 서는 것에 대해서 적지 않은 시민들이 정의와 진실이 조금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SNS와 인터넷에서 특정인의 사진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데 검찰 소환자의 초상권만은 꼭 지켜줘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