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태풍 ‘타파’는 올 들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여섯 번째 태풍이었다. 우리나라가 한 해 여섯 차례 태풍 영향권에 든 건 40여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태풍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금세기 말 영향태풍이 지금보다 두 배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국내 태풍 관련 예산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영향태풍은 7월 중순 ‘다나스’부터 ‘타파’까지 총 6개다. 영향태풍이란 우리나라 육상이나 해양에 태풍특보가 발표된 경우를 말한다. 기상청은 5월 발표한 여름철(6∼8월) 기상전망에서 평년과 비슷한 1∼3개, 한 달 전 가을철(9∼11월) 기상전망에서도 평년 수준인 1개의 영향태풍을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기전망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1976년 이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태풍 위험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예산은 감소세다. 기상청 태풍 예산은 크게 국가태풍센터 운영사업 예산과 태풍연구(R&D) 예산으로 구성되는데 센터 운영사업 예산은 2015년 10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9억7000만원, 올해 8억9100만원, 내년(정부안)에는 8억7400만원으로 줄었다. 기상청의 ‘2018년도 기상청 소관 세입세출 예산 개요’를 보면 ‘통합재정사업자율평가 미흡결과를 반영한 사업 축소’라고 돼 있다.
태풍센터는 2017년 태풍진로예보거리 오차가 목표치(211㎞)를 한참 넘긴 255㎞를 보여 미흡 평가를 받았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예산을 줄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보통’ 평가를 받은 2016년과 지난해에도 이듬해 예산은 감소했다. 태풍연구 예산도 2015∼2016년 140억∼150억원에서 올해는 120억원대로 감소했다. 허 교수는 “국내 대학에서 태풍을 연구하는 곳은 별로 없는데, 이마저도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타파는 이날 오후 9시 부산 남쪽 80㎞ 부근 해상으로 가장 가깝게 지나갔다. 타파는 23일 오전 9시 독도 동북동쪽 250㎞ 부근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파 누적강수량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제주 어리목에 698.5㎜를 기록했고, 지리산 264㎜, 광양백운산 217.5㎜를 나타냈다. 일최대순간풍속은 여수에서 40.7m/s를 나타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