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천지 분간이 안 되는 깊은 곳에 추락했습니다.
태풍처럼 세찬 힘이 모든 것을 휘감아 당깁니다.
집들이 성냥처럼 얕게 포개져 있고 누구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좌절과 어둠만이 무성하고 내일의 길이 안 보입니다.
이곳은 고통의 칡넝쿨에 감겨 아픈 사람이 그득합니다.
그런데 의사조차 없을뿐더러 의사가 있어도 몸이 아픈 의사만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몸을 끌고 다른 곳으로 가다 보면 환히 불 밝힌 집이 있을까요?
어둠을 뚫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태양이 뜨고 푸른 초원이 나타날까요?
그래도 내일이 안 나타나면?
내일을 못 찾으면 초원에서 잠자고
내일의 태양 아래
내일의 숙소를 찾겠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