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팔아 십시일반… 4년간 64만원 기부한 할머니

“저도 어렸을 때부터 배고픈 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울 성북구 월곡1동 주민센터에는 연말이면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찾아온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라며 할머니가 내놓은 봉투에는 몇 만원어치의 지폐와 함께 10원, 100원짜리 동전까지 알차게 들어 있다. 이 동네에 사는 장선순(79·사진) 할머니가 고물을 팔아 한푼 두푼 모은 돈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이유에 대해 할머니는 “어려운 어린이를 돕고 싶다”고 23일 말했다. 

 

장 할머니는 2015년부터 성금을 내왔다. 첫해 7만2970원에서 시작해 2016년 10만6260원, 2017년 8만2710원, 2018년 38만1180원을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4년간 64만3120원이다. 장 할머니에게는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다.

 

장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지하철 택배로 벌어오는 수입과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생활을 꾸리고 있다. 이 수입으로는 남까지 도울 여유가 없다 보니 폐지, 알루미늄 캔, 플라스틱 등 온갖 고물을 모아 팔아 성금을 모았다.

 

성북구는 이런 나눔 정신을 높이 사 지난 16일 장 할머니를 ‘2019년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 유공구민으로 표창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할머니의 선행을 듣고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됐다”며 “성북구에서도 소액 다수 기부문화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